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등장한 이후 국제 질서가 흔들리며 경제와 안보 모든 면에서 불안이 거듭되고 있다.지난 10월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경주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에 트럼프가 참석한다는 소식에 중국 시진핑과 관세 협상을 포함한 생산적인 담판이 있을 줄 예상했다.하지만 트럼프는 잠깐 얼굴만 비추고는 그대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큰소리 치고 판을 키우지만 정작 막판에는 꼬랑지를 내리는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물러난다)가 반복된 것이다. 물론 지난 24일 미·중 정상이 전화
한국의 AI 경쟁력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세계 3위’라는 긍정적 평가와 ‘10위권’이라는 현실적 평가가 공존한다. 영국 FDI 인텔리전스가 AI 분석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데이터를 인용한 2025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AI 역량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이 평가는 세계 22개 선도 AI 모델에 한국의 LG AI 연구원이 개발한 ‘엑사원 4.0 32B’(19위)와 업스테이지의 ‘솔라 프로2’(20위)가 포함된 것을 근거로 한다. 미국(13개)과 중국(6개)을 제외하고 복수의 모델을 순위에 올린 국
연말을 한 달여 앞두고 직장이나 국민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 위내시경을 받고 나면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화생성 위염) 소견이 흔하게 나온다.위염은 위 점막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보통 염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위염으로 구분한다. 주요 증상은 명치 부근의 통증·소화불량·식욕부진·구토 등이다. 하지만 위 점막에는 감각신경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심한 염증이 생겨도 직접적인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위내시경을 하면 단순 위염(표재성 위염)에서 악화한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같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한 기술 기업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이직을 준비 중이다.그는 최근 한 주 동안에만 5곳의 기업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똑같이 제시받은 조건이 있었다. "당신은 주 60시간 이상 일할 수 있는가?"였다. 자율주행차 기술 전공 박사인 그는 "소규모 스타트업부터 빅테크 기업까지 모두 주 60시간 이상 근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근로시간 감축을 위한 주 4.5일제(주당 36시간) 도입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당장 주 4.5일제를 수용할 수 있을지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6·25 참전국 용사들을 추앙하고 기리는 ‘감사의 정원’을 착공하기로 했다. 사업의 구체적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정부 여당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감사의 정원’ 사업 계획에 따르면 세종대왕 동상 바로 옆에 우리나라를 포함 6·25 전쟁에 참전한 23개국을 상징하는 ‘받들어 총’ 모양의 석재 조형물 23개를 세울 것이라고 한다.‘감사의 정원’에 반대하는 주장을 보면 무(武)를 경시했던 조선후기 문화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김민석 총리는 ‘역사’와 ‘민주주의
김정은이 지난 2023년 12월 30일 열린 당 전원회의 제 8기 9차 전원회의 5일차 회의 결론 연설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해 정권붕괴와 흡수통일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전제하고,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정의했다.이듬해 1월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우리 공화국의 력사에서 통일·화해·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평양 남쪽 관문에 꼴불견
이혼을 결심하는 순간, 부부에게 가장 큰 고민은 자녀 문제다. 특히 양육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는 이혼 소송에서 가장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영역이다.대다수 사람들이 양육권과 친권을 혼동하는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양육권은 자녀를 실제로 돌보고 함께 생활하는 권리를 의미하고, 친권은 자녀의 법률행위를 대리하거나 재산을 관리하는 등 보다 포괄적인 권리다.반드시 양육권자와 친권자가 같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양육권을 가지고 자녀와 함께 생활하되, 친권은 부모가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도 가능하다.양육
대중문화 평론을 한다면서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하나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 같아 고른 게 뉴진스였다. 너무 유명해도 좀 그렇고(가령 블랙 핑크) 너무 존재감이 없어도 곤란한데 데뷔 시기나 인기 등이 딱 적당했다.좋아하기로 했으니 이제 좋아하는 이유를 찾아야 할 차례다(앞뒤가 뒤바뀐 것 같지만 살다보면 의외로 흔하게 있는 일이다).일단 칼 군무를 안 추어서 좋았다. 실은 이게 더 어렵다. 멤버들 전체가 딱딱 각이 나오는 것보다 그냥 자유롭게 각자 뛰어노는 것 같아 보이는 게 진짜 고된 연습의 결과다.들어보니 음악도 괜찮았다. 미
2025년 10월 26일 아르헨티나에서 치러진 중간선거는 대대적인 자유주의 시장경제 개혁을 추진 중인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과 여당인 자유전진당(La Libertad Avanza)에게는 결정적 시험대였다.밀레이 대통령과 자유전진당은 이 시험대를 잘 통과했다. 상원 72석 중 24석, 하원 257석 중 127석을 새로 선출하는 선거에서 자유전진당은 전국 득표율 약 40.8퍼센트를 기록하며 주요 야당인 포퓰리스트 페론주의 세력을 크게 앞섰다. 하원에서는 127석 중 64석을 확보했고, 상원 선거에서도 강세를 보
이재명 정권은 최근 약 75만 명의 공무원을 사실상 감시 대상으로 삼는 디지털 검열 체제를 공식화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전후 10개월 동안 중앙부처와 산하기관 공무원들의 휴대전화 기록, 메신저 로그, PC 사용 내용 등까지 조사할 수 있는 방침을 내놓았고, 각 부처에 전담 TF와 제보센터 설치를 지시했다. 제출을 거부하는 공무원에게는 대기발령, 직위해제, 수사 의뢰까지 가능하다는 지침까지 덧붙였다.국무조정실은 "자발적 동의 없이는 조사할 수 없다"라고 해명했지만, ‘동의를 강제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이상 이는 책임 회피에
아랫목이 좋은 계절이 됐다. ‘온돌’은 우리 고유의 난방 문화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구들장을 달궈 실내를 난방하는 기술이다. 불을 때면, 열기가 가장 먼저 도달하고 오래 머무는 뜨끈한 자리가 ‘아랫목’이다. 단순히 따뜻한 자리란 의미를 넘어 선조들의 가치와 정서가 깃든, ‘가장 따뜻하고 귀한 자리‘란 상징성이 있다.가정이나 국가의 형편이 좋으면 "아랫목이 따뜻하다"고 하고, 어려우면 "아랫목에 기별도 없다"고 한다. 좋은 자리를 차지했을 때는 "아랫목을 차지했다"고 말한다. 반대일 때는 "윗목의 찬밥 신세가 됐다"고 한다.전통 가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방산수출 역사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현대로템 등 빅4로 불리는 방산기업들은 지난 9월 기준으로 누적 영업이익 3조4928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조6589억 원)을 이미 초과 달성한 것이고 남은 3개월 동안 실적을 더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우리 방산의 급성장 배경으로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언급하는데,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 능력이다. 특히 신속한 납기는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휴전이후 지난 75년 동안
지난 17일 캐나다의 전 영부인 소피 그레구아르(50)가 전 남편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밝혀 화제다. 이혼 절차를 진행중인 전 남편은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53). 그는 지지율 하락 등으로 올해 3월 현 마크 카니에게 총리직을 내줬다. 자중해야 할 때에 난데없이 가수 케이티 페리와의 공개 열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소피 여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나도 사람인데 전 남편의 로맨스가 거슬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며 "울고 소리지르고 웃기도 하지만 가족을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름 우아하게 말했지만, 속터지고 열불난다는 얘기
금융시장에서 거품은 단순히 가격 상승 문제가 아니다. 거품이란 자산 가격이 내재가치에서 체계적으로 이탈하는 비정상적 상태를 의미한다.가격이 오르면 대개 수요가 줄어든다. 하지만 거품 상태에서는 반대다. 오히려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더 오를 걸 기대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기대를 하면 그 기대는 실현된다. 그러한 기대의 자기실현적 순환이 작동하면 이미 그 시장은 거품 궤도에 진입한 것이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가 말한 ‘비정상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은 바로 이러한 현상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고구마는 메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원산지는 열대아메리카로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드물게 나팔꽃과 비슷한 모양의 보라색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고구마는 주로 간식거리나 부식용으로 많이 먹고 있다. 고구마를 썰면 하얀 즙이 나오는데 이 즙에는 야라핀산이 들어 있어 대변 배설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감자나 고구마에 들어있는 피틴산은 금속성분이 다른 물질에서 강제적으로 전자를 빼앗는 프리 라디칼로 바뀌는 것을 억제한다.프리 라디칼은 원자 또는 분자가 짝짓지 않은 전자를 하나 또는 그 이상 가지고 있어 극성을 띠게
금과 은은 지구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아니라 운석이나 소행성에 포함된 상태에서 지구에 유입된 것이다. 일반적인 핵융합으로는 생성되지 않으며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의 충돌 같은 극단적인 천체 현상에서만 만들어진다. 이런 귀금속은 유가인상이나 인플레이션·금리 하락·달러 가치 하락시 그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예금 형태로 금과 은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골드뱅킹이 있다.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해당 금액에 해당하는 금(g 단위)이 통장에 적립되는 방식으로 실물(금)자산으로 인출할 수도 있다. 그램 단위로 투자할 수 있어 소액투자가 가능
지난 14일 한미 양국은 10월 29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 정상회담 최종 결과의 팩트시트(factsheet, 공동설명자료)를 발표했다.발표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양국간 해양 및 원자력 분야 파트너십 발전으로, 미국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이하 핵잠) 건조 승인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지지 그리고 미국 조선산업 확대에 대한 한국의 기여 공약이다.그동안 국내외 일각에서는 한국의 핵잠 건조와 우라늄 농축 승인 등에 대해 반대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한국의 핵잠 보유와 우라늄 농축으로 역내 군비경
최근 국제정치 분야에서 인상적인 연구자는 앤 애플바움(Anne Applebaum)이다. 그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조선일보 11월 11일)에서 "한미 양국은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임에 틀림없지만 앞으로 한국은 미국 없이 아시아 안보를 어떻게 설계할지, 미국 없이 민주주의 국제연대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애플바움은 공산전체주의에 내공이 깊다. 구소련 스탈린 체제의 강제수용소를 기록한 (Gulag: A History)로 2004년 퓰리처 문학상(논픽션)을 받았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탄탄한 역사관과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미증유의 사태를 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가 ‘시위소찬’이라고 비판했다. ‘자리만 차지하고 제 할 일은 하지 않다’는 뜻이다.시(尸)의 본뜻은 주검이지만, 나중에는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을 대신해 제상에 앉히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했다. 이 사람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제사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글자는 헛되이 자리만 차지한다는 의미로도 쓰이게 됐다. 이런 달라진 뜻으로 인해 주검을 가리킬 때는 죽을 사(死)를 더해 시(屍)자를 주로 사용한다.소(素)는 가공하지 않은
그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는 말했다. 정말 다행이지 않니? 우리가 가난해서" 뭐라고? 다들 부자 못 돼 눈 빨개진 세상에서 가난이 다행이라고? 이유가 있다. 주인공 모녀는 가난해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임대주택에 산다.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우리가 당첨된 임대주택은 재개발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임대 아파트였다. 방 두 개짜리 신축 브랜드 아파트. 타인의 생활감이 남아있지 않은 곳에 사는 것은 처음이었다. 벽지에 찢어진 부분도, 누런 때도 없었다. 문지방이 깨져 있지도 않았다." 주인공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이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