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김경래

아랫목이 좋은 계절이 됐다. ‘온돌’은 우리 고유의 난방 문화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구들장을 달궈 실내를 난방하는 기술이다. 불을 때면, 열기가 가장 먼저 도달하고 오래 머무는 뜨끈한 자리가 ‘아랫목’이다. 단순히 따뜻한 자리란 의미를 넘어 선조들의 가치와 정서가 깃든, ‘가장 따뜻하고 귀한 자리‘란 상징성이 있다.

가정이나 국가의 형편이 좋으면 "아랫목이 따뜻하다"고 하고, 어려우면 "아랫목에 기별도 없다"고 한다. 좋은 자리를 차지했을 때는 "아랫목을 차지했다"고 말한다. 반대일 때는 "윗목의 찬밥 신세가 됐다"고 한다.

전통 가옥에서 아랫목은 질서와 배려의 공간이었다. 존경받는 어른이나 병약한 가족에게 양보했고,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도 아랫목을 권하며 환대했다.

추운 겨울날에는 아랫목에 이불을 깔고 온 가족이 그 속에 다리를 넣고 앉아 밤참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발은 뜨겁지만 머리 위로 찬바람이 지나갔다. ‘두한족열’(頭寒足熱),머리는 차고 다리는 뜨겁다는 말로 한방에서 몸에 이롭다며 권하는 건강법이다. 자연 두한족열의 실천이었다.

요즘은 보일러를 이용한 온수 바닥 난방이 보편화됐다. 기술은 집안의 모든 공간을 균일하게 데우는 데 성공했다. 윗목과 아랫목 구분이 없어졌고 유난히 차갑거나 뜨거운 불균형도 사라졌다. 보일러 난방의 발전만큼이나 우리나라도 순식간에 바뀌었다. 골고루 발전하고 많이 평등해졌다.

하지만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것 같은 허전한 마음, 상실감도 있다. 아랫목을 미뤄주던 마음의 온기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물리적 온기는 과열이고 정서적 온기는 너무 냉랭하다. 그래서일까 더 짤짤 끓는 나만의 아랫목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의 모습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아랫목의 진정한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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