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 아르헨티나에서 치러진 중간선거는 대대적인 자유주의 시장경제 개혁을 추진 중인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과 여당인 자유전진당(La Libertad Avanza)에게는 결정적 시험대였다.
밀레이 대통령과 자유전진당은 이 시험대를 잘 통과했다. 상원 72석 중 24석, 하원 257석 중 127석을 새로 선출하는 선거에서 자유전진당은 전국 득표율 약 40.8퍼센트를 기록하며 주요 야당인 포퓰리스트 페론주의 세력을 크게 앞섰다. 하원에서는 127석 중 64석을 확보했고, 상원 선거에서도 강세를 보인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밀레이 정권의 개혁 정책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개혁을 더욱 강하고 일관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의 의미가 남다른 것은 인플레이션 억제·노동시장 개혁·세제 개혁·공공지출 삭감 등 자유시장경제적 정책을 밀어붙여 온 밀레이에게 사실상의 ‘국민 신임투표’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밀레이는 경제에 대한 과도한 국가 개입에 반대하며 등장한 자유시장경제 지도자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만성 인플레이션·국가 부채·과도한 공공지출 문제를 국가의 구조적 비효율로 규정하고, 공공부문 축소·중앙은행 폐지·민영화·노동시장 유연화 등 국가 역할 최소화와 시장 자유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그가 선거 캠페인을 하면서 흔들던 ‘전기톱’(chainsaw)은 정부 지출의 급진적 삭감·정부 규모의 과감한 축소·정치 기득권과의 단절 그리고 개혁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상징했다.
2023년 말 선거에서 승리하고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공공부문에서 5만2000명 감축·부처 통폐합·고위 공무원 급여 삭감 등으로 재정 긴축을 실행에 옮겼고, 1000개 이상의 법률을 개정 및 폐지함으로써 규제를 혁파했으며, 일부 국영기업을 민영화해 공기업의 효율화를 추진했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인플레이션은 급락하고, 재정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으며, 외국인 투자 신뢰 회복과 국제 금융 시장에서의 긍정적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물론, 밀레이에 반대하는 정치 진영과 대다수 기득권 매체들은 개혁의 ‘사회적 비용’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공공부문 감축으로 실업이 증가하고, 빈곤이 확대되며, 저소득층 부담이 증가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개혁에 반대하는 모든 진영, 모든 포퓰리스트 집단으로부터 항상 나오는 비난이다. 썩은 것을 도려내면 그 자리에 새살이 돋아나는 과정에서 당연히 겪게 되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어대야’(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하는 법이다. 그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다고 소쩍새의 목을 비틀어 버리면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을 보지 못하게 된다. 개혁의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불편한 과정과 일시적 고통을 감내하며 개혁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마침,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개혁을 화두로 꺼냈다. 사실 이것들은 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개혁 과제로 언급했던 해묵은 과제들이다. 하지만 대부분 ‘언급’만 하고는 ‘말잔치’로 끝냈던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경제는 침체에 침체를 거듭하고 잠재 성장률은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이재명 정부가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떤 개혁이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동계의 요구인 ‘노란봉투법’은 밀어붙이면서도 주 52시간 근무제에는 약간의 유연성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식이면 그것은 개혁이라 할 수도 없다. 최근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알려주면 정리하겠다"는 대통령 발언이 있었다는데, 정말 그런 규제가 어떤 것인지 몰라서 물었을까?
국민연금의 경우도 ‘더 내고 덜 받기’ 식으로의 개편이라면 그런 것은 개혁이라 할 수도 없다. 하물며 지금은 국민연금 수급에 최소한의 안전책이라는 자동안전장치 도입조차 막혀 있다. ‘우량 차입자에게는 이자를 더 받고 불량 차입자에게는 이자를 낮춰줘야 한다’면서 금융 개혁 운운하는 것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공무원 감축을 배제하고, 증세 및 예산의 대폭적인 증가를 당연시하면서 공공부문 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이나 부동산에 대한 통제의 손길을 놓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면서 교육 개혁, 규제 개혁 운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밀레이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과 만성적 재정 적자, 초인플레이션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의 정책은 단순한 단기 안정이나 인기 얻기가 아니라 장기적 시장 중심 경제 모델 재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대담하고 실험적이다. 문자 그대로 ‘개혁’이다. 이번 선거에서의 결과는 이러한 개혁 방향이 유권자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칠게 표현해, 정반대를 지향하는 한국 이재명 대통령의 6대 개혁의 성과는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