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6·25 참전국 용사들을 추앙하고 기리는 ‘감사의 정원’을 착공하기로 했다. 사업의 구체적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정부 여당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감사의 정원’ 사업 계획에 따르면 세종대왕 동상 바로 옆에 우리나라를 포함 6·25 전쟁에 참전한 23개국을 상징하는 ‘받들어 총’ 모양의 석재 조형물 23개를 세울 것이라고 한다.
‘감사의 정원’에 반대하는 주장을 보면 무(武)를 경시했던 조선후기 문화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김민석 총리는 ‘역사’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광화문 광장에 외국 군대를 기념하는 조형물 조성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76개에 달하는 국어 관련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대왕 동상과 ‘받들어총’(집총경례) 자세의 조형물은 맞지 않다는 이유로 ‘감사의 정원’ 사업을 철회할 것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한글문화연대는 세종대왕 동상에는 ‘문화국가로 나아가는 우리의 지향이 담겨 있으니’ 총은 전쟁기념관 같은 별도의 장소에 전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감히 국가의 상징적인 장소에 ‘총’을 기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문화는 ‘총’이 없으면 지켜질 수 없다. 자유는 싸워서 획득하는 것이지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다.
일제 말기 우리 민족은 조상들이 쓰던 언어와 글자도 학교를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폭탄을 일본에 떨어뜨린 미국의 군사력이 아니었다면 우리 민족은 해방되지 못했고 우리 고유의 말과 글을 쓸 자유를 되찾지 못했을 것이다.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를 과시하는 성스러운 장소에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군인들을 기리는 기념물과 무기를 전시하고 있다. 영국 윈저성의 첫째 방에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처칠 수상과 장군들의 동상이나 흉상과 함께 전쟁에서 사용됐던 무기들이 전시돼 있다. 프랑스는 파리의 심장인 개선문에 무명용사의 묘를 안치했다.
6·25 전쟁 때 거의 200만 명에 가까운 22개국 참전용사들이 함께 싸웠기에 지금까지 우리는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경제적 번영은 물론이고 현재 K-문화가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일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총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