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지는 '78년'...떠나가는 검사들
'역사'는 만들고 역사 속으로

노민석 총장 직대 "논의·대비도 없이 폐지 참담" 입장 표명
검찰 동우회 "반민주·반역사적 개정에 맞서 모든 수단 동원"

■ 사퇴의 변들
"공무원으로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반대 의사표시가 사직"
"헌법 명시 검찰 폐지는 위헌...통제받지 않는 권력 비대화"
"검찰 폐지 환호하는 이들 보며 직무수행 불가하다고 판단"
"23년간 정적 제거나 사익을 위해 증거 조작한 적도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연합

검찰청 폐지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검찰 내부에선 조직 해체에 맞선 ‘줄사표’가 사실상 마지막 저항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선 검사들의 사의 표명과 지휘부를 향한 내부 비판이 이어지며 조직 내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검찰 수뇌부가 무거운 책임감을 토로하는 가운데, 법무부·검찰 원로들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으로 검찰청 폐지 반대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은 29일 검찰 구성원들에게 보낸 3쪽 분량의 서신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매우 참담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으며, 중수청 신설은 수사기관 난립으로 인한 혼란과 비효율, 불필요한 예산 소모,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비대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이 느꼈을 당혹감과 허탈감, 억울함과 우려를 떠올리면 면목이 없고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노 직무대행은 “어려운 환경이지만 사명을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해 국민의 믿음을 얻자”고 당부하면서도, 향후 제도 논의 과정에서도 “국민 기본권을 지키고 불편이 없도록 형사사법 시스템이 설계되도록 의견을 적극 제출하겠다. 검찰 구성원들의 지혜도 충실히 듣겠다”고 강조했다.

대검 차장의 이 같은 강력 호소에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잇따라 사직글이 올라오고 있다.

최인상(사법연수원 32기) 서울북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29일 사직 의사를 밝히며 “2003년 임관 이후 23년을 검사 직분을 천직이라 믿고 사건 기록과 씨름했지만 (검찰청 폐지에) 환호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더 이상 검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 사직원을 제출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수사와 기소 분리는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에도 맞지 않고 국민 보호 기능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도 “23년간 정적을 제거하거나 사익을 위해 증거를 조작한 적도 없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은 제 방에 없었던 듯하다”고 강조했다.

첫 사의 표명한 차호동 전 부장검사. /채널A 유튜브 캡처
첫 사의 표명한 차호동 전 부장검사. /채널A 유튜브 캡처

앞서 차호동(38기) 전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도 지난 26일 “헌법이 정한 검사의 기능과 역할을 붕괴시키는 기형적 제도를 두고 볼 수 없다"며 검사 중 처음으로 사직했다. 그는 “수사와 기소를 억지로 분리해 사법 기능을 행정 기능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문제”라며 “공무원으로서 제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반대 의사표시가 사직”이라고 강조했다.

차 전 부장검사는 검찰청 폐지 법안 통과를 앞두고 현직 검사로는 드물게 채널A 방송에 출연해 검찰청 폐지의 부당함을 알리기도 했다.

검찰 퇴직자 모임인 ‘검찰동우회’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역대 법무부 장관·검찰총장들은 28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검찰청 폐지가 “헌법상의 권력 분립과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헌법 제89조의 검찰총장 임명 규정 등을 근거로 들며 “헌법이 명확히 검찰청을 준사법기관으로 둔 만큼 이를 폐지하는 것은 입법권 남용이자 정략적 폭거”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반민주적·반역사적 개정에 맞서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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