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월 검찰청이 전면 폐지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검찰이 담당해 온 장기 미제 사건들이 끝내 해결되지 못할 전망이다. 장기 미제 사건은 지난 문재인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꾸준히 증가했고, 최근 ‘3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에 다수 검사들의 파견으로 미제 사건이 더 늘어왔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청 폐지로 검찰 내부와 정치권 반발도 거센 상황에서, 역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들은 검찰 폐지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등 법적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검찰청은 1년 간 유예 기간을 거친 뒤 내년 9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로 인해 그간 검찰이 해결해 왔던 장기 미제 사건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28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검찰 장기미제 사건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 말까지 검찰의 3개월 초과 장기미제 사건 수는 2만 2564건이다. 앞서 장기미제 사건 수는 지난 2020년 1만1008건에서 2021년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4426건으로 줄기도 했지만, 2022년 9268건, 2023년 1만4421건, 2024년 1만8198건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검찰이 수사 중인 전체 미제 사건 중 3개월 초과 장기미제 사건 비중도 2021년 13.7%에서 지난해 28.2%로 올랐다. 6개월 초과 사건도 2021년 2503건에서, 올해 7월까지 9988건으로 늘었다.
장기미제 사건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가 복잡해졌다는 점이 지목됐다. 일각에선 최근 3특검 가동 또한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역대 최대 규모·최장 기간인 ‘3특검’이 100명 넘는 검사들을 투입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수사하는 사이 일반 국민들 사건은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기 미제 사건의 한 축을 담당해온 검찰청이 폐지 유예기간인 내년 9월 전까지 사건을 해결 못하고 문 닫으면 처리는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타 수사기관(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본부 등)이 해당 사건을 이어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업무 연속성 등 수사 공백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권력에 충견 노릇을 하는 중수청, 책임 없는 공소청만 남아 국민의 권리와 안전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라며 “지금도 서민을 괴롭히는 보이스피싱, 마약, 경제·기술 범죄가 판을 치는데, 정권의 입맛대로 설계된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리 만무하다. 결국 범죄자는 웃고, 피해자는 외면당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역대 법무부장관 및 검찰총장들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은 위헌이므로 철회돼야 함을 수차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이 법안을 의결했다"며 "하지만 이는 위헌 법률이므로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 내부 첫 사직자도 나왔다.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는 26일 검찰 내부망에 “독재국가에서나 볼 법한 기형적 제도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반대 의사표시로 사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