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결제는 ‘애국심 테스트’?…정권이 포장하는 '감시의 기술'
주민들 “편하긴 한데 무섭다”…충전도 최소화하며 눈치보면서 사용
장마당도 여전히 현금 우선…“통신 불량·갑작스런 정책 뒤집기 때문”
“국가가 갑자기 없애면?”…정책 불신 깊어 전자결제 확산 더딘 현실
북한 당국이 최근 주민 강연회를 통해 전자결제 사용을 적극 독려하고 나섰지만, 정작 주민들은 “국가가 우리의 거래 내역을 감시할 것”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편리’와 ‘애국’을 내세우고 있지만 주민 사이에서는 “결국 모든 경제 활동이 실시간으로 들여다보이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평안남도 내부 소식통은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평성시에서 전자결제 사용 관련 강연회가 여러 차례 열고, 전자결제를 하면 편리하고 나라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적극적으로 쓰라고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21년 ‘전자결제법’을 제정한 뒤 무현금 거래 확대를 정책 목표로 내세워왔다. 현재 ‘전성’, ‘나래’, ‘앞날’, ‘새별’, ‘강성’, ‘만물상’ 등 다양한 전자결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기대보다 훨씬 냉소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성시의 전자결제 이용률은 “10명 중 1~2명 수준”에 그친다. 주민들은 “종이돈을 들고 다니지 않아 편하다”고 말하면서도, 충전 금액은 최소로 유지하며 국가 정책 변화와 감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여전히 현금이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감시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이 두려워 전자결제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시장에서도 전자결제는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다. 거래량이 많을 때만 전자결제를 받는 상인들이 일부 있을 뿐, 여전히 대부분의 거래는 현금으로 이뤄진다. 통신망 불안정 역시 주민들이 전자결제를 피하는 주요 이유다.
소식통은 “연결이 불안정해 결제 앱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적 한계도 지적했다.
여기에 북한 특유의 ‘정책 뒤집기’가 주민 불신을 키우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예고 없이 정책을 시행·중단해온 전례가 많아, 주민들은 전자결제 역시 “언제 갑자기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시행했다가 갑자기 없애는 일이 많으니 정책 신뢰도가 낮다”며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보장돼야 사람들이 전자결제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달 초 스마트폰 전자결제 앱 ‘삼흥전자지갑’ 가입자가 수백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주민 생활 속 전자결제 확산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주민들은 전자결제 확대를 “편리함보다는 감시 도구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