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무회의서 “검사, 무죄 나와도 항소해”…제도개선 지시
정유미 검사장 “고통주려 기소하는 검사있나…4심제 추진은 모순”
법관출신 민주당 의원, 김어준 유튜브 나와 “재판 소원 할 수 있다”
민주당, 여론 악화하자 진화 나서 “당 공식입장 아냐…논의도 없어”
대법원 “재판소원, 국민권리구제만 늦어져” vs 헌재 “조건부 찬성”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의 항소·상고(3심) 제도를 “불필요하다”고 발언하자, 현직 검사장이 “3심제는 불필요하면서, 4심제는 도입하나요”라고 정면 반박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도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제’(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여론 반발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4심제 도입 소식에 대법원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찬성 입장을 낸 적 있어 사법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1일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무죄를 예상하면서 당사자를 고통받게 하려고 기소하는 검사는 단연코 없다”며 “수사·재판은 공정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장기간 재판으로 국민이 받는 고통을 염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애초 재판소원은 언급조차 돼선 안 됐다”며 “3심제도 고통을 준다면서, 바로 엊그제까지 여당에서 사실상 4심제 추진 시도가 있었다. 일관성도 없고 원칙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의 발언은 전날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했던 발언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검사들이 (죄가)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현행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억울하게 기소가 돼 몇 년을 돈 들여 무죄가 나왔는데도 검찰은 아무 이유 없이 항소한다.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집안이 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1심에서) 3명은 무죄, (2심에서) 3명이 유죄로 의견이 갈렸다면 무죄일 수도 있고 유죄일 수도 있다”며 “결국 운수(에 달린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지적이 겉으로는 재판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여당에서 4심제 추진 움직임이 나타나며 ‘모순’ 논란에 직면한 것이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유튜버 김어준 씨의 채널에 출연해 “사법부가 제대로 자정 노력을 안 하면 입법부는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공개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다음 날 “재판소원은 공식 확정된 바 없고, 당 차원에서 공식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인정하는 제도로, 사실상 4심제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헌재가 사실상 대법원의 상위 기관이 되는 격”이고 “헌법 101조가 정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원칙에 정면 배치된다”고 반발한다. 재판 절차가 길어져 국민의 권리 구제가 오히려 늦어진다는 점도 우려한다. 반면 헌재는 지난 5월 사실상 4심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이 대통령 개인재판과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민주당 정진욱 의원은 지난 5월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는 대법원이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 환송한 직후였다.
일각에선 “재판소원제가 도입되면 대법원에서 불리한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헌재에서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이 대통령의 재판 리스크를 고려한 정치적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