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박재형

미국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는 막판 선거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민주당이 해리스로 후보를 교체한 후 한동안 이어졌던 해리스의 오차 범위 내 우세 양상은 경합주와 전국 단위 모두 트럼프가 역전하는 분위기로 변화했다.

통계 분석 전문 기관 538(FiveThirtyEight)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전국 단위 여론조사 대부분 두 후보의 지지율이 같거나 트럼프가 오차 범위 내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전만 해도 모든 전국 단위 조사에서 해리스가 우세를 보인 바 있다. 대선 승부처인 경합주에서는 트럼프의 선전이 더욱 두드러진다.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등 일부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오차 범위 내 우세가 이어진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막판 결집으로 트럼프가 역전 당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계속 높아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업계는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바이든 정부의 행정 명령 가운데 최소 6개 이상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주 정부를 장악 중인 서부 지역 등 일부 주에서는 낙태, 이민, 환경 등 분야에서 연방정부의 간섭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한국의 경제, 안보 등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경제면에서,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정책이 실현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연간 약 64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계획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FTA 등 기존 무역협정들을 재협상한다는 입장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불확실성을 더하게 된다.

한미동맹, 그리고 북미 관계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내구성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견제와 미국의 역내 리더십 유지를 위해 한미 간 안보·경제·기술 협력의 중요성은 트럼프도 인정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주한미군 문제에 관해서는 트럼프가 해외 주둔 미군의 효율적 재배치를 주장해 왔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실제 철수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북미 관계의 변화 가능성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인해 한국이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를 부각하며 자신이 김정은과 세계 평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처럼 과시를 해왔다. 이런 그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정세에 대단히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여기서 하나, 미국 대선 승부에 집중하는 사이 우리가 간과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뉴저지주를 지역구로 최초의 한국계 연방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 현 연방하원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가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한반도평화법안 추진의 주요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김 후보는 상원의원에 당선되면 외교 안보 전문가로서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할 것이고, 더욱 포괄적이며 광범위한 한반도 평화 정책의 수립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100명에 불과한 막강한 정치력의 연방상원의원 중 한 명이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앞장선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비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가 주시하고 대비해야 할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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