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석
채우석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APEC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한국 해군이 운영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화 필리조선소는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가 없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 조선산업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1500억 달러로 핵잠수함 건조용 도크를 먼저 건조해야 한다. 미국은 필리조선소에 한국 정부 지원금으로 핵잠수함 및 미 군함 건조를 위한 대규모 도크를 만든 다음에 여기서 미 해군용 핵잠수함 수리 및 건조를 하고, 또 호주와 한국에 수출할 핵잠수함을 건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 미 해군의 한 관계자가 미 행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그 보고서 내용은 한국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을 미 해군이 대량으로 도입해 부족한 잠수함 척수를 보충하자는 것이다. 그 근거로 한국의 4000톤급 디젤잠수함은 수중에서 3주 이상 잠항이 가능하며, 잠수함 발사용 탄도미사일 10발 및 어뢰 등 각종 무장을 탑재하나 건조비용이 약 1조 원에 불과하고, 건조 기간이 2년이 채 안 걸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한다면, 2028년부터 건조되는 재래식 잠수함에는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어서 수중 작전 기간이 최소 1개월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와이 근처 바다에서 림팩훈련을 할 때마다 미 항모전단이 한국의 재래식 잠수함에 초토화됐으므로 미 해군도 한국 잠수함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미 해군 입장에서는 당장 수리조차 힘든 핵잠수함을 추가로 건조하는 대신 재래식 잠수함을 대량 건조한 후 작전에 투입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재래식 잠수함으로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미국 내 핵추진 잠수함 건조 도크를 추가 증설하는 전략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핵잠수함용 도크를 건설하려면 한국에서도 최소 5년이 걸리는데, 미국에서는 그 이상으로 걸릴 수도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한국은 미국에 33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되어 있다. 이 자금을 미 해군을 위한 재래식 잠수함을 건조 제공하는 데 쓰는 것을 미국과 협의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한국에서 미국 조선산업 발전에 투자하기로 한 1500억 달러 지원금 중 일부를 한국 조선소에서 재래식 잠수함을 건조해 미 해군에 납품하는 것을 협의할 필요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고 한다. 미 해군이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이유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횡단하면서 장기간 작전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본·필리핀에 위치한 해군기지에서 출항해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 봉쇄 임무만 전담한다면, 많은 비용이 들고 건조 기간도 오래 걸리는 핵잠수함을 꼭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재래식 잠수함을 60척 건조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배치하면 중국 잠수함이 다니는 길목마다 매복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도 숨이 막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미 해군에게 지금 당장 수리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핵잠수함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조선소에서 1년에 5척씩 건조 배치하면서 미국 조선소에 핵잠수함용 도크를 대량으로 건조해 핵잠수함 수리 및 건조를 동시에 하는 방안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 핵잠수함 경우 수리를 위해 최소 20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며, 한 번 수리에 들어가면 용접불량, 일정지연 등으로 언제 작전에 복귀할수 있을지 가늠조차 못할 정도로 미국의 조선산업은 무너져 있다.

미 해군이 한국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해서 협상하고 있다는 기사만 흘러 나와도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한국 조선사들이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재래식 잠수함을 미 해군에 납품한 실적이 생기면 전 세계 잠수함 수출시장을 모두 한국이 장악할 수 있다. 우리 조선산업 발전과 방산수출 증대를 위해 정부가 반드시 미국 측과 협상해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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