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을 앞두고 IT업계 거물 일론 머스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전기 자동차 제조사 테슬라,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 등을 소유한 머스크는 대선 기간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함께 유세에 나서고 유권자들 질문에 답하는 등 핵심 역할을 했다. 트럼프와 함께 국회의사당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며, 대통령 당선인의 가장 신뢰받는 고문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신설된 ‘정부 효율성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의 수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DOGE는 머스크가 지지하는 암호화폐 도지코인의 약자 DOGE와 이름이 같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트럼프와 머스크, 정치와 기술 두 거물의 협력 관계가 강화되고 있지만, 이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의문이 워싱턴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두 인물이 오랜 친구로 남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머스크는 오랫동안 정치적 중립을 지켰지만, 최근 몇 년간 점점 우파 성향을 드러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주요 지지자로 자리 잡았으며, 트럼프 캠프를 지원하기 위해 ‘아메리카 PAC’에 1억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는 트럼프와 외국 정상들의 전화 통화에도 참여했으며, 특히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대화에 동석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스크의 회사 스타링크의 역할은 이러한 협력 관계의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현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 트럼프가 지나치게 주목받는 인물들과 갈등을 빚었던 전례가 있어 이 협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2017년 스티브 배넌은 백악관 수석 전략가로 활동했지만, 내부 갈등과 언론 유출 의혹으로 인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배넌이 한 책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며 트럼프와의 관계가 악화됐다. 그러나 이후 배넌의 팟캐스트가 트럼프 지지 세력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두 사람은 관계를 회복했다.
정치인으로서 트럼프의 성격, 기업가로서 머스크의 목적 등이 충돌하며 둘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과 함께, 중요한 문제는 중국이다. 머스크가 중국에 대한 강경한 경제 정책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마르코 루비오와 마이크 월츠를 각각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해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접근을 예고했다. 반면, 상하이에 대규모 공장을 두고 있는 머스크는 중국 공산당 정부와의 갈등을 최대한 피한다. 중국 당국이 2021년 테슬라 차량의 결함 문제로 28만5000대 이상 리콜을 명령했을 때 머스크는 신속히 이를 수용했다. 2022년 상하이 공장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4일간 문을 닫았을 때도 순순히 정부 방침에 따랐다. 이는 2020년 캘리포니아 공장 폐쇄 명령을 "파시스트적"이라 비난했던 그의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트럼프가 첫 임기 동안 정책 문제보다는 개인적 충성심을 이유로 많은 참모들과 충돌했다면, 두 번째 임기에서는 정책 차원에서의 갈등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협력 관계가 초기에는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다른 인물들을 최측근에 배치하면서, 대중국 정책을 둘러싼 의견 차이에 따른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향후 미·중 관계와 기술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은 이러한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국가라는 점에서,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