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등 세계 주요 외신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의 특수부대를 파병한 것으로 밝힌 우리 국가정보원(NIS, 이하 국정원)의 18일 발표를 같은 날 동시에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북한군 파병설은 지난 2일부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의 ‘1만명 파병설’을 주장하며, 다음날인 3일에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전선에서 북한군 사망자 (장교 6명)가 발견됐다는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가 나온 후 본격적으로 불거진 바 있다.
AP 통신은 국정원이 18일 "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로 여기는 ‘폭풍군단’ 예하 4개 여단 총 1만2천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으며, 소식통이 "북한군의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를 같은 날 인용하여 긴급 보도했다.
국내외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이상 양대국의 전쟁이 아닌 국제전의 전쟁 상태로 치닫는 ‘레드라인’을 넘어선 세계 제3차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결정적 국면’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한국 정부가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키로 한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3월 주장하여 한때 파장이 일었던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소식이 지난 주에 열린 나토정상회의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중대한 전쟁 국면 변화에 따라 다국적 방어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 문제가 국제정세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 확장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면서 북러 군사협력과 서방 국가들의 대북 제재 강화 등이 맞물려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나토 가입을 통해 자국 안보를 강화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그동안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던 미국과 독일도 지난 주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반대 입장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고지난 18일 프랑스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르몽드(Le Monde)’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자국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하며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에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의 파병 결정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상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국내외 국방안보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6월 19일 러시아-북한 쌍방 사이 ‘포괄적이며 전략적인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입법 사이트에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비준안’이 지난 주 14일 (이하 현지시간)등록됐다.
이 조약은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 및 러시아법에 준해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을 포함한다.
이 조약으로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었으며, 반대로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파병등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러-북 조약 체결 당시 ‘레드라인’을 넘는 침략에 준하는 조약이라고 항의한 한국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하지 않아 대단히 감사하다"며 이례적으로 한국에 유화적 태도를 보였으나 10월에 접어들며 북한군 파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한·러관계는 완전히 파국을 면치 못하게 됬다.
이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직면해 있으며, 대러 관계와 국제적 의무 사이에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반도 국방안보문제에 정통한 정경영 교수(한양대 국제정치학)는 한국이 그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뒤집고, 서방도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때리도록 승인한다면 전세계적 안보 지형이 또 한번 거세게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경영 교수는 한·러 간 갈등이 격화될 경우, 한국이 무제한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살상 무기와 탄약 지원이 국제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일 본지와의 긴급 인터뷰에 응한 그는 한국의 글로벌 자유세계를 위한 안보책임과 의무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한다면, 그것은 폴란드를 통한 대여 방식 등 반드시 간접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한 정경영 교수는 다만 ‘심리전 활동’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역임한 작전 전문가인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된 북한군에 대한 심리전을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 15일 우크라이나와 마주한 러시아 브랸스크주(州) 인근 국경 지대에서 최소 18명의 북한군 병사들의 집단 탈영 사고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가 밝힌 바 있다.
한편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및 지원 확대가 예상되며, 이는 러시아와의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푸틴과의 협상을 통한 휴전 시도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전쟁 중단에 대한 실효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한국측의 대규모 살상무기 공급등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반응은 향후 세계 질서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국내외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