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지난해에만 자영업자 100만 명이 문을 닫겠다고 폐업 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코로나 이후 정부 지원금으로 어렵게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높은 금리와 물가 상승 속에 내수마저 회복되지 않자 결국 폐업을 선택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으로 높은 인건비를 첫째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청과상 같은 업종처럼 운송과 판매 인력 등이 필수인 업종들은 인건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폐업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1.7%(170원) 올라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기에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청계천에 가면 태권V나 탱크도 구하거나 만들 수 있다던 시절이 무색할 만큼, 이커머스나 플랫폼 등에서의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 낙오된 업종들의 부진한 매출도 주요 폐업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또 30~50대 젊은 자영업자는 예전보다 70만 명이나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 자영업자는 오히려 65만 명이 늘어나 전체 자영업자의 36.4%에 해당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화했다. 이들은 사진관, 가전제품 수리업 등 수십 년 동안 한자리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하던 베테랑 업주들임에도, 디지털화 등 새로운 시장 변화에 적응하거나 발 빠르게 업종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결국 직원 수를 줄이다가 혼자서 일하는 ‘나 홀로 사장님’으로 남아 지난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3만4000명이나 늘어났다. 이를 ‘고령’ 자영업자들이 ‘고임금’으로 홀로 내몰리고 급격한 시장 변화에 ‘고립’되는, 이른바 ‘3고’를 겪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지는 악순환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소득과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올해 1분기 10.2%까지 급증했다. 어려운 상황이라 빚을 졌는데 다른 빚으로 그 빚을 막고, 결국 정부에서 대출받은 금액까지 갚아야 하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빚을 갚기 위해 살아가는 삶’을 살게 됐다. 정부의 달콤한 대출금으로 근근이 연명할 수는 있었으나 폐업을 막기 위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위에 언급한 주요 내용들에 대한 대책 마련은 정말 시급하다. 기업에서의 정년도 빨라지고, 인건비 역시 매년 오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최저임금 인하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의 단순 자금지원이 아닌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쟁력 없는 사업자라면 과감하게 폐업을 지원하고, 채무 재조정 등에 대한 조건으로 자격증 교육이나 컨설팅을 통해 고부가가치 창업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자영업자들에게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재기의 기회를 주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과포화 상태로 망해가는 자영업의 성공적인 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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