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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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금리와 소비 부진 속에 자영업자들이 갚지 못한 개인사업자대출 원리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특히 은행권 대출이 한계에 이르자 2금융권에서까지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이 속속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고 있다.

실제 이들의 금융업권별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이미 9∼10년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저축은행 연체율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자영업 대출자 10명 가운데 6명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로 평균 4억2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안고 있다. ‘빚의 수렁’에 빠져 있는 셈이다.

22일 한국은행의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분기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4분기의 8조4000억원과 비교해도 불과 3개월 만에 2조4000억원 늘었다.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4분기 1.30%에서 올해 1분기 1.66%로 석 달 사이 0.33%포인트 치솟았다. 지난 2013년 1분기의 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비은행, 즉 2금융권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2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4.18%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의 3.16%와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1.02%포인트 뛰었고, 2015년 2분기의 4.25% 이후 8년 9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1년 전인 2023년 1분기의 2.54%보다는 1.64%포인트나 높다.

세부 업권별 연체율은 저축은행 9.96%, 상호금융 3.66%, 카드사·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 3.21%, 보험 1.31% 등의 순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보다 각각 2.33%포인트, 0.93%포인트, 0.90%포인트, 0.33%포인트 오른 것이다.

아울러 2015년 3분기의 10.91%, 2014년 2분기의 3.75%, 2014년 3분기의 3.56%, 2019년 2분기의 1.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각각 8년 6개월, 9년 9개월, 9년 6개월, 4년 9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연체율 상승 폭은 4.79%포인트, 1.44%포인트, 1.41%포인트, 0.62%포인트로 더 커진다.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몰리고 있는 만큼 여러 곳에서 돈을 끌어 쓴 다중채무자의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현재 자영업 대출자 178만3000명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57%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의 57.3% 이후 4년 3개월 만의 최고 비율이다. 대출액 기준으로는 전체 자영업자 대출 752조8000만원 가운데 71.3%가 다중채무자의 빚이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1인당 평균 4억2000만원의 대출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분석했다. 이들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금융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다.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은행은 9조원 한도의 은행 대출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8일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한 한시 특별지원 기한을 이달 말에서 내년 7월 말로 미루는 안을 의결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국은행이 은행에 공급하는 대출의 총한도를 미리 정해놓고 일정 기준에 따라 한도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10%에 근접한 저축은행도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다른 금융업권과 비교해 취약 차주의 비중이 높고, 지난해까지 개인사업자대출 연체 채권 매각처가 새출발기금으로 한정됐기 때문에 연체율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3차 개인사업자대출 연체 채권 매각을 위한 수요 조사를 진행 중으로 다음달까지 입찰·매각 여부를 확정한 뒤 9월 양수인에게 자산을 양도하는 북오프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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