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찾아와 나눈 비공식적 대화 등을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
법률에 종교단체 등록은 선택으로 돼 있지만 법원은 정부 손 들어줘
지난해 러시아 전역서 예배‧전도 등 경찰 조사...법원에 범죄로 처벌

러시아의 베니아민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 모습. /한국VOM
러시아의 베니아민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 모습. /한국VOM

“그 모든 것은 작년 6월에 시작되었어요. 두 사람이 예배를 드리는 교회 건물에 찾아 왔는데, 한 사람은 러시아 연방 보안국 대표였고 다른 한 사람은 지역 검찰청 부검사였습니다. 그들은 신분증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그 교회 건물에 살고 있던 청년들은 그들에게 어떤 정보도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청년들은 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그들은 저에게 전화를 한 후 제가 일하는 직장으로 찾아왔습니다.”

지난 7일 한국 순교자의 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한국VOM)에 따르면 러시아의 자포틸록 베니아민 목사는 한국VOM에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 미등록 침례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후 불과 6개월 후부터 러시아 사법 당국과 충돌하기 시작했고, 그 충돌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베니아민 목사의 전임자로 나딤시의 그 미등록 교회를 섬겼던 은퇴한 목사도 현직 검사의 전임자인 은퇴한 검사의 방문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베니아민 목사는 “은퇴한 목사님은 당시 방문한 전직 검사에게 우리를 건드리면 매우 시끄러워질거라고 얘기했고, 모든 일은 그런대로 잘 풀렸다”며 “그런데 이제 새로 부임한 검사는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를 벌 줄 꺼리를 찾으려고만 한다”고 전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전화하더니 찾아왔다”며 “우리는 ‘국제 복음주의 기독교 친교 교회 연합’이 무엇이고 침례교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비공식적이지만 솔직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알고 보니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들은 함께 나눈 대화로 조서 혹은 다른 문서를 작성한 다음, 모든 자료를 법정에서 저에게 불리하게 사용했다”고 했다. 

당국자들의 방문 직후 베니아민 목사는 나딤 지방 검찰청으로 소환됐다. 검사는 베니아닌 목사에게 “등록하지 않은 교회는 당신 교회 하나밖에 없는 것 알죠? 정부가 우리에게 종교 단체들을 등록시키라고 요구했습니다. 왜 등록하지 않으려는 겁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베니아민 목사는 그의 교회를 등록시킬 것을 요구하는 검찰 조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사건 자료들은 우리 교회 주소가 기재된 기독교 신문을 바탕으로 작성됐는데, 검사가 이 신문들을 어디선가 발견한 것 같았다. 교회 건물 앞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그리고 예배 드린 것을 사전 통보와 동없이 녹음한 것도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됐다”고 전했다.

결국 나딤 시 검사는 베니아민 목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교회를 등록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베니아민 목사는 자신이 종교 단체를 만든 것이 아니며, 예배는 공동의 신앙고백을 목적으로 열린 것이므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 법률에 종교 단체 등록이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법원은 그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고, 교회를 설립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통지문을 한 달 이내로 러시아 연방 법무부에 발송하라고 명령했다. 베니아민 목사는 항소했지만, 지난 2월 16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베니아민 목사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신을 지지하며 항소법원에 탄원서를 보내준 사실에 격려를 받았다. 그는 “재판이 시작될 때 판사가 탄원서 발송자들의 주소지를 읽는 데만 10분이 걸렸다”며 “검사는 이것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판사는 탄원서를 사건에 첨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VOM에 따르면 베니아민 목사가 겪은 일들이 현재 러시아 전역에 있는 목회자들에게 보편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러시아 연방 전역에서 예배를 위한 모임, 성경 및 기독교 문서 배포, 개인 전도 같은 기본적인 기독교 활동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고 러시아 법원에 의해 범죄로 처벌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한국 VOM은 “베니아민 목사님을 비롯한 다른 목사님들은 광장에서 시위를 하거나 길모퉁이에서 행인들을 전도하다가 벌금형을 받은 것이 아니다”며 “그들은 오랫동안 살던 집과 사적인 교회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변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신세대 교회와 목회자가 아니라, 복음주의 개신교 활동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활동을 더욱 더 탄압하며 옥죄고 있는 러시아 신세대 검사와 당국자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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