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성남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최측근으로 보좌해오던 김현지 대통령실 비서관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총무비서관이던 김현지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자 아예 김현지를 제1부속실장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29일 이뤄진 이 인사는 국민의힘이 최근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 비서관을 통한다)이라며 김현지의 국감 출석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대통령실의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은 해마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왔지만,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참모라는 점 등을 이유로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 민주당이 김현지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거부하자, 국민의힘은 "지난 30여 년간 국회 국정감사에 총무비서관이 나오지 않은 전례가 없다"며 반발했다.

그런 와중에 인사이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니 김현지에게 국감 출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직 이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1부속실장이던 김남준은 기존 강유정과 함께 대변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대통령 측근 그룹인 ‘경기·성남 라인’의 핵심인 김현지·김남준이 서로 자리를 넘겨주며 이동한 것이다. 김현지는 ‘보직에 상관없이 국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이라지만 민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어떻게 나올지는 불문가지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회 청문회를 압박해왔다.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자 10월 예정된 대법원 국정감사를 하루 늘리고 조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앉혀, 사실상 청문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삼권분립 원칙까지 짓밟아가며 대법원장의 국회 출석을 압박하는 이 정권이 일개 비서관인 김현지를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사이동까지 단행하는 모습은 괴이쩍다. 김현지는 의전 서열 3위인 대법원장보다 막강한 존재인가.

김현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1급 공무원인데도 나이·학력·경력 같은 기본적인 사항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오죽하면 시중에 ‘중국인이다, 간첩이다’라는 개그성 소문까지 떠돌겠는가.

영원한 권력은 없다. 권력이 꽁꽁 싸매고 감추었던 비밀도 결국 다 드러난다. 털고 갈 것은 미리 터는 것이 권력 운용의 지혜다. 하지만 정작 그 지혜를 실천에 옮기는 권력이 드물다는 것이 역사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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