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주한 독일대사관이 10월 3일 동·서독 통일을 기념해 주최한 ‘독일 통일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독일 통일 정책의 일관성이 부럽다’면서 교류협력의 파탄 책임을 보수 정권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도 파탄의 원인이나 배경은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 같다.

금강산 관광 중단은 북한군 총격으로 인한 우리 국민의 사망 때문이며,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때문이다. 이처럼 원인은 숨기고 결과만 보고 비판하는 ‘선택적 비판’은 대북·통일정책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사회로부터 오해를 초래해 정부의 신뢰도를 훼손하게 만든다.

또한 정 장관의 소신은 남북관계를 ‘두 개의 국가’로 규정해 사실상의 ‘두 국가’가 됐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통일보다 평화공존을 우선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며 흡수통일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30일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2025 국제한반도포럼’ 기조연설에서도 "북한이 의심하는 독일식 흡수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통일의 길이 아니다"며 "통일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핵을 가진 김정은의 야망은 그의 기대와는 정반대다. 핵을 앞세워 북한 주도의 적화흡수통일을 획책하고 있다. 정 장관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비뚤어진 소신을 밝힐 것이 아니라 독일 통일의 교훈을 직시해 우리의 통일정책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했다.

우선 서독은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즉 ‘서독은 독일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로 전체 독일 국민을 대표한다’는 것으로 일관했다. 동독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통일을 포기하고 분단을 국제적으로 확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했다.

정 장관이 ‘부러워한’ 대로 서독의 통일정책은 일관성이 있었다. 동독 주민 보호와 자유 확대를 위해 정치범 수용소, 언론 탄압, 여행 자유 억압 등 인권문제를 국제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그리고 3만3755명의 정치범 석방(Freikauf)을 성사시켰다.

또한 서독은 라디오·TV 방송을 통한 정보화와 문화 확산으로 동독 주민의 의식 변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동독 주민 주도의 편입통일이 가능했다. 이것이 통일부 장관이 독일 통일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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