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가자원) 대전본원에 화재가 발생해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온라인 민원 발급 사이트인 ‘정부24’는 물론, 우체국 금융 기능까지 정지됐다. 정부 발급 서류가 필요한 부동산 거래가 상당수 진행되지 못했고, 모바일 신분증이 먹통이라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정부는 민원이나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해당 기관의 안내에 따라 대체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오프라인 창구를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도래하는 세금 납부, 서류 제출은 정상화 이후로 연장토록 유관기관에 안내하고 협조를 구한 상태이다.

이번 화재는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작업 중 발생했다.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기 전이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리튬이온배터리 노후화가 원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리튬이온배터리는 2014년 8월 납품됐다. 이 배터리의 사용 연한은 10년으로, 이미 1년을 넘어선 상태라고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가정보자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된다. 웬만한 민간 IT서비스도 3중 서버 운영이 기본이다. 심지어 1~2개 서버는 해외로 분산해 운영한다. 사고가 발생해 복구하려면 시간과 인력, 비용의 부담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인명이나 재무 등과 무관해 긴급성이 크지 않은 서비스도 그렇게 한다. 하물며 국가정보자원은 5천만 국민의 삶이 걸려 있는 업무여서 철저한 사전 대비와 투자가 필수적이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 11월에도 전국 시군구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정부는 재해 복구(Disaster Recovery) 시스템을 액티브-스탠바이가 아닌 액티브-액티브로 개발한다고 약속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업무 중단 없이 실시간으로 업무가 이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그 약속은 공수표에 그쳤다. 정부가 정작 써야 할 곳에 돈을 쓰지 않고 엉뚱한 곳에 낭비한다는 증거다. 전국민에게 몇십만 원 푼돈 뿌리는 게 복지가 아니라,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투자하는 게 진짜 복지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게 이번 사고를 제대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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