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단순(simple)한 편이다. 에너지와 질량의 관계를 정의한 아인슈타인의 E=mc²처럼 형식은 단순, 내용은 포괄적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 MIT의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이 쓴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을 지리적·역사적·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제도’라고 규정했다. 이 역시 단순 명쾌한 사회과학적 진리다. 그 세계사적 사례로 남한과 북한을 들었다.

국가의 빈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제도가 핵심이다.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가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제도다. 압축하면 국가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라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안정과 성장을 결정하는 3대 요인은 ①정치 안정 ②한미관계 안정 ③북한 변수 관리다. 대한민국 경제는 이 3대 요인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문제는 3대 요인들이 동시에 불안정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 불안정은 오래 됐다. 한 번도 어려운 대통령 탄핵을 십년 내 두 번이나 감행했다. 부인할 수 없는 정치 불안정의 증거물이다. 미국·유럽·일본 등이 한국 정치를 어떻게 보겠나. 남미형 정치를 떠올릴 것이다.

26일 국회는 여당 단독으로 검찰청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권자 국민으로선 1948년 건국 이후 처음 맞는 일이라 괴이한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수사는 중수청이 한다. 중수청은 행안부 소속이다. 그럼, 검찰이 준사법적 기관으로 법무부 소속 때보다 더 독립적인가? 노(No). 대통령 권력의 포괄적 사법권 장악으로 가게 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법치 개념은 실종될 것이 농후해졌다. 이런 상황에도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수준의 면피용 쇼(show)밖엔 할 줄 아는 게 없다.

한·미관계는 3500억 달러 투자를 놓고 크게 삐걱거린다. APEC 때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26일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브스는 "이재명 정부가 국내외적 도전에 동시에 직면했다"며, "지난 10~15년간 한국은 정치 문제로 경쟁력 강화, 혁신 장려, 경제구조 개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신속·과감한 경제개혁 추진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실은 노란봉투법·중대재해법·상속세법 등 거꾸로 기업 죽이기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 분수령이 곧 닥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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