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에겐 남다른 서사가 있다

청렴과 헌신...이재명 대척점에 있어
청년·일자리 소명, 시대정신과 맞닿아

국회의원·도지사·경사노위원장·장관...풍부한 국정 경험
탈레반?...사상 전향만큼 유연한 사고 없어
중도 확장성 한계?...고정관념 한 달이면 깰 수 있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1대 대통령 경선후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드디어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김 전 장관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 쏠린 국민의 관심은 비상했다. 이날 발표장을 가득 메운 기자들이 그걸 웅변했다.

김 전 장관은 자유 우파 진영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가 범여권 대선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여서가 아니다. 그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이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겨뤄 이길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이 기대를 받는 배경으로 여러 가지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우파 진영이 그를 주목하는 데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꺾이지 않는 소신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민주당이 내란 몰이와 함께 탄핵 소추한 가운데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국무위원들에게 국민께 90도 각도로 허리 굽혀 사죄하라고 했을 때 김 전 장관만이 유일하게 꼿꼿하게 자리에 앉아 있던 모습은 우파 진영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선거 전문가들은 다른 점에서 김 전 장관의 가능성을 본다. 35년 정치부 기자 출신이라 선거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송국건 정치평론가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문수의 삶에는 다른 대선주자들이 갖지 못한 극적인 서사가 있다"며 "그런 서사가 제대로 알려지기만 한다면 일반 국민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말한 ‘김문수의 서사’는 김 전 장관이 출마 선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회주의를 꿈꾼 혁명가에서 자유민주주의자로 거듭났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삶의 전반부를 비제도권에서 ‘암약’하다가 후반부에 제도권으로 진입하여 또 다른 의미에서의 혁명을 꿈꾸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진력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서사, 곧 극적인 삶이 ‘스토리 텔링’으로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기에 오는 대선에서 극적인 승리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송 평론가의 진단이다.

다수 전문가는 김 전 장관이 출마 선언에서 자신 있게 밝힌 바와 같이 그가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이 청렴한 삶을 살아왔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헌신으로 삶을 일관했다는 점을 높이 산다. 김 전 장관이 비리 혐의로 얼룩진 이재명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선 것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선과 악’의 구도는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건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 전 장관과 이 전 대표가 ‘청렴’ 대 ‘비리’, 또는 ‘헌신’과 ‘사익 추구’라는 대립각의 구도에서 대결한다면 결과를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김 전 장관이 3선 국회의원, 재선 경기도지사, 경사노위원장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국정 경험을 쌓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김 전 장관에 비해 부족하기는 하지만 국정 경험으로는 이 전 대표도 할 말이 없지 않아 오는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히지는 않는다.

선거 전문가들이 더 중요하게 보는 점은 김 전 장관이 소명으로 여기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물론 인구 감소 해소 등 다양한 과제와 직결된 사안이어서 오늘날의 시대정신이라는 데 지식인 사회가 동의한다. 김 전 장관은 출마 선언에서 이 점을 부쩍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중은 선거에서 부정적 어젠다, 예컨대 ‘내란 종식’을 붙들고 늘어지는 후보보다는 시대정신을 화두로 제시하는 후보에게 더 공감한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김 전 장관의 아쉬운 점으로 중도 확장성의 한계를 말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 전 장관을 ‘탈레반’이라며 자신은 ‘유연하다’고 주장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사상적 대전환만큼 유연한 사고도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송국건 평론가는 김 전 장관을 탈레반에 비유한 건 오히려 김 전 장관의 유연성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원리주의에 갇혀 절대 전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송 평론가는 중도로의 확장성도 김 전 장관의 진정성이 대중에 얼마나 잘 전달되느냐에 달렸으며, 한 달이면 족하다고 내다봤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출마 선언 후 중도 확장성의 한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중도가 무엇이냐"고 되물으며 "약자를 보살피고 약자를 위해 일하는 게 중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만큼 약자를 세세히 알고 있는 정치인이 있느냐"며 "알아야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어 우리 사회의 약자인 청년 문제에 대한 자신의 고민과 절박함을 드러냄으로써 중도 확장성 문제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김 전 장관이 출마 선언을 하기가 무섭게 ‘김문수 대망론’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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