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명백한 거짓말에 면죄부를 주고 그 판단을 기다리는 척 하는 위험한 장난을 한 건가? 1심 실형을 해괴한 편파 시각으로 뒤집어 버린 서울고법과, ‘양측에 공정하게’ 그 판결 후에 심판을 하려고 한 것처럼 돌연 대통령 탄핵 선고를 지연시킨 헌재의 의도에 의문이 인다.
그 의문은 나라의 장래에 대한 극단적인 걱정과 공포다.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나라의 경제나 안보는 안중에 없으며, 오직 자기 정치 생명과 대권 쟁취만을 위해 온나라를 줄탄핵, 국정 방해 등으로 쑥대밭 만들고 있는 사람의 대선 가도에 꽃길을 깔아 주었으니 말이다.
문제의 서울고법 형사6부 판사 3명은 진보좌파 성향이 가장 심한 연령대인 40~50대, 출신 지역은 포항·순천·광주다. 이들은 이재명의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1심형을 피선거권 박탈면제 벌금 100만 원 이하도 아닌 아예 무죄로 바꿨다. ‘50억 클럽’ 멤버 권순일이 7년 전 이재명의 허위사실 공표를 ‘표현의 자유’로 이끈 대법 뒤집기 쇼 재판(再版)인가?
이재명이 대장동 범죄(초과 이익 환수 조항 삭제) 법망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실무 책임자 김문기를 모른다 하고, 백현동 범죄(4단계 용도 급변경)를 도리어 국토부가 협박해서 했다고 한 그 특유의 뒤집어씌우기가 세 판사에 의해 허위사실이 아니게 됐다. 행위가 아닌 인식을 죄로 물을 수 없다나 어쩐다나….
이 황당무계한 판결에 보수우파 중하위 주자 3명이 정곡을 찔렀다. 유승민은 "그것이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면, 얼마나 더 심한 거짓말을 해야 허위사실이 되는 거냐"고 비꼬았고, 홍준표는 "무죄를 정해놓고 논리를 만든 것, 정치인의 진퇴는 판사가 아닌 국민이 선거로 결정해야 한다는 말을 새삼 떠오르게 하는 판결"이라고 때렸다. 한동훈은 "이 판결대로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에서 어떤 거짓말도 죄가 되지 않는다.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다"라고 혹평했다.
세 판사는 이재명에게 거짓말 면허증을 넘어 대권 허가증을 그냥 내어 준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 사람들이 항소심 선고가 임박하자 갑자기 ‘무죄’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느낌이 이상했다. 감형도 아니고 무죄라니, 무슨 근거로 세상이 다 아는 그의 뻔뻔한 거짓말 죄가 삭제될 수 있다는 것인지 의아하고 수상했다. 기상천외 선고가 떨어지고 나니 아하 탄식이 나온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세 판사들이 자기들 편이라는 것을. 어쩐지 태도가 너무나 자신이 있고 당당했다. 법원에는 탄원서를 내며 깎듯이 모시고 헌재에는 선고 지연을 격하게 나무라는 그들의 목소리가 성동격서 비슷한 수작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래서 이제 헌재도 달리 보인다. 그들은 처음에 "이게 웬 떡이냐"라며 그것을 급히 먹기 위해 정신없이 설치던 민주당·공수처·검찰·경찰과 한패가 돼 동네 깡패가 모는 오토바이처럼 속도를 냈었다. 그러다 거대한 벽과 맞닥뜨렸다. 광장의 반대 인파와 함성이었다.
그전에 이미 탄핵 사유에서 내란을 빼도록 민주당에 코치하는 자충수도 둔 터라 이 벽 앞에서 주춤하는 듯했다. 뒤늦게 법만 가지고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키려 서두르지 않고 나라의 명운을 생각하는 정치적 선택을 고민하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요즘 돌아가는 국내외 사정을 생각해 볼 때 그 해석이 맞아야 옳은 일이다. 헌재는 ‘여의도 양아치 정치’가 아닌 나라를 생각하는 ‘솔로몬의 정치’를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당위론이 갑자기 헛된 희망이었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기분이 몰려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헌재는 정녕 이미 결론을 내려 놓고 이재명 항소심 이후로 선고를 미루는, 탄핵 반대 여론 의식 타이밍 잡기를 하고 있는가? 국토 동중남부를 태우고 있는 악마의 산불처럼 가슴이 시커메지고 답답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