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그의 주변에 선 의원 대부분이 친한계다. 친한계 의원 상당수가 2차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때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들에게 대통령 탄핵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연합
지난해 12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그의 주변에 선 의원 대부분이 친한계다. 친한계 의원 상당수가 2차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때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들에게 대통령 탄핵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의힘 ‘친한계’가 여전히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다수의 국힘 의원들이 전개했던 탄핵반대 활동에 탄핵 책임을 지우려는 태도를 보이거나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거냐"는 식으로 비난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뒤 국민의힘은 주말 내내 비상의원총회를 열었다. 특히 4일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에 나섰던 친윤계 의원들이 친한계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탄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에는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이번 대선은 못 이긴다"거나 "조기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등 패배주의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친윤계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의결이 통과되도록 만든 친한계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정점식 의원은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에 대한 조치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차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의결에는 친한계 의원 1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게다가 지난 4일에는 친한계 김상욱 의원이 탄핵촉구 집회에 참석했다는 기사 링크를 의원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는 일까지 생겼다.

TV조선 등에 따르면 일부 친윤계 의원은 이를 두고 "언론에 나가서 해당행위 수준의 발언을 계속한다면 우리가 같이 갈 수 있겠냐"며 김상욱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 모습을 본 김기현 의원은 "우리가 폐족이 돼 다가오는 선거를 이기기 어렵게 됐다"고 한탄했다. 김 의원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전역을 재정비하고, 다음 10년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친한계 의원들 ‘탄핵 찬성’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이 벌어졌다는 의미였다.

윤상현 의원은 의총 중간에 나와 기자들에게 "제발 (대통령) 탄핵만은 막자고 읍소했는데 우리 동료 의원들이 탄핵에 앞장섰다"며 "대통령을 두 번 탄핵시키는 어리석은 집단이 어디 있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다"고 친한계 의원들을 비판했다.

그러자 친한계 의원들은 오히려 친윤계 의원들을 비난했다고 한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일부 친한계 의원은 "당을 지금 상황으로 만든 사람들"이라고 친윤계 의원들을 비난하거나 "강성 보수층만 보면서 대통령 지키기에 나섰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대통령 손절하냐"고 비꼬았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우리는 윤 대통령 개인보다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주장했다. 실제 나 의원의 말처럼 친윤계 의원 대부분은 윤 대통령과의 친분보다는 민주당의 ‘입법독재’를 막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또한 이런 친윤계 의원들의 주장에 공감했다.

이처럼 비상의원총회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탄핵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평가 받는 친한계는 언론 플레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조성태 의원은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헌재 판결을 부정하자는 것이냐"며 "국회의원은 민생을 챙겨야지 대통령을 쫓아가거나 권력자를 지키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탄핵반대 활동을 ‘권력자 추종’으로 폄하한 것이다.

조 의원은 또 "부정선거론자들 주장을 윤 대통령이 똑같이 했다. 국힘은 윤 전 대통령과 분리 작업을 하루빨리 해야 하고, 부정선거론에 찬성하는 당내 정치인은 자유통일당으로 옮기라"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과 자유통일당을 함께 폄하했다.

하지만 지지층과 당내에서는 친윤계의 주장에 공감하는 의견이 많다. 6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론부터 모아야 중도층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