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
정기수

이재명의 민주당이 비틀거리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그들이었다. 법원에 의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이 나자 돌연 호떡집에 불이 난 모습이다. 180석으로 나라를 말아먹어 온 제1 야당이 이렇게 빈 수레였다.

우왕좌왕은 이재명에 도전장을 내겠다고 벼르면서 조기 대선을 기다리던 비명계 김씨들이 먼저 시작했다. 문재인 비서 김경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압도적 탄핵 찬성 여론, 독재정권과 싸우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겠다"라고 추억을 소환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정치인들의 단식을 믿는 국민은 이제 거의 없다. 김경수가 맞장 떠보려 하는 이재명도 출퇴근 단식이라는, 아이디어 단식을 했던 연기인이었다. 이 식상한 카메라 앞 쇼를 2025년에도 할 생각을 한다는 게 신기하다.

"탄핵이 기각되면 내란 수괴가 다시 계엄을 발동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군부 독재 시절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들 입에서 위기 때 무조건 반사적으로 줄줄 나오는 김대중 식 선동이다. 계엄 실행 부대 지휘관들이 죄다 조사를 받고 구속도 돼 있는데, 2차 계엄이라니 만화 같은 소리다.

즉시 항고를 포기한 검찰에도 이를 갈았다. "내란 공범인 심우정 검찰총장을 즉각 수사하고, 검찰을 완전히 개혁해야 한다." 내란과 검찰 개혁 타령 녹음 재생이다. 불리하면 탄핵과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인다. 그의 경쟁자인 또 한 명의 김씨, 경기도지사 김동연은 아무도 없는 수원의 한 거리를 배경으로 1인 피켓 시위 사진을 찍었다. ‘내란 수괴 즉시 파면’ 피켓 문구와 잘 어울리는 어색한 연출이었다.

패닉 상태에 빠진 민주당의 공개된 비밀이 있다. 구속 취소를 결정한 판사 지귀연과 서울중앙지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 한다. 살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살인자는 놔두고 수사 기관에만 삿대질하며 울고불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들의 수괴 목숨이 법원에 달려 있으니까 그런다. 안쓰럽다.

수괴(우두머리) 이재명은 검찰이 법원과 짜고 한 짓이라고 의심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차기 대통령 당선 유력 후보다. 구속 시한도 일부러 어기는 등 석방을 의도적으로 기획했다는, 술집에서 소설 쓰는 시정잡배들 같은 주장을 한다. 국격이 말이 아니다.

검찰은 공수처, 경찰과 함께 소위 내란 수사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정치적 사건 수사 노하우는 세계 정상급인 그들의 수사 진도가 월등했다. 민주당은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그 수사를 담당했던 특수본 검사들 반대를 무릅쓰고 심우정이 법원 결정을 존중하기로 결심하자 돌변, 저 난리를 치고 있다.

민주당은 천막도 치고 단식·삭발 경쟁도 한다. 신물나는 레퍼토리다. 머리에 띠 두르고 돗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계방송이 이어질 판이다. 이들은 심우정과 최상목을 탄핵, 29명 줄탄핵 리스트를 3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여론이 무서운데…할까? 한다면 이재명 지지율은 30%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그에게 당장의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겁나는 일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이 대통령 탄핵 선고보다 일찍 나오는 것이다. 1심처럼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징역형이 떨어지면 그걸 묵살하고 대선 출마를 강행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선고가 이번 주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으나 석방 날벼락이 떨어져 혼비백산이다. 공수처와 검찰 수사가 법원으로부터 원점에서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을 받은 셈이므로 헌재도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인용을 향해 질주하던 공수처-검찰-경찰-헌재 탄핵 열차가 전혀 예상 못한 바위덩어리를 만났다. 이해찬이 야권의 원로 머리라면 그 입이라 할 박지원이 헌재에 대고 비명을 질렀다. "금요일(14일)까지 선고하지 않으면 이번 주말 대한민국은 완전히 뒤집어진다. 혼란을 막을 기관은 헌재밖에 없다." 이재명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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