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이태현

얼마 전 현대의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관한 흥미로운 영상을 봤다. 로봇 한 대가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영상이다.

기존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에 유압식 액추에이터(로봇의 관절에 사용되는 전동모터)를 사용해서 공중제비돌기와 기어다니기 같은 다양한 모습들을 선보이곤 했다. 이번에 공개된 로봇 뉴 아틀라스는 유압식이 아닌 전동식으로 구동하는 액추에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유압식 액추에이터로 구동되는 기존 로봇의 물리적인 움직임과 로봇의 매니퓰레이터(로봇 팔에 해당되는 부분) 움직임 등이 AI 기반 전동식으로 바뀌면서 더욱 유연한 동작이 가능해졌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만이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동작들, 예컨대 허리나 목, 관절 360도 회전 등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일반적인 휴머노이드 로봇들을 개발하고 있는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중국 쪽에서도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지만, 매우 기괴하게 움직이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런 자연스러운 움직임들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엔비디아의 로봇 플랫폼을 활용하게 되면서 시작된 듯싶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GTC의 기조연설에서, 수천에서 수억 원 장비들이 필요한 훈련 공간 대신 그와 똑같은 현실 물리법칙이 적용된 가상세계를 제대로 구현해줄 테니 거기서 훈련시키라고 했다. 그가 제안한 로봇의 피지컬 AI 구현에 관련된 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온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미국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기업이다. 2013년 구글에서 인수했다가 2017년 일본의 소프트뱅크로 넘어갔다. 그리고 2020년 현대자동차그룹이 9억2100만 달러에 인수해 80% 지분을 가지게 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하드웨어적으로 30여 년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 물리적인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로봇을 만드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복잡한 동작과 균형을 맞추는 것은 수년간 연구 경험을 통한 소프트웨어 계산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상용화 및 대량생산에서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회사였다. 기존의 유압식 액추에이터는 유지보수도 힘들 뿐더러 여러 제약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기반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다 보니 약점을 빠르게 보완하게 됐다. AI를 기반으로 기존의 액추에이터와 플랫폼 등들을 모두 활용해 발전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은 AI를 통한 조정과 엔비디아 가상세계에서의 훈련을 통해 완전체가 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호랑이에 엔비디아라는 날개가 달린 것이다. 거기다가 현대가 인수함으로써 대량 생산도 가능하게 됐다. 정상으로 부상하게 되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기대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이 주목받는 점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360도 관절 회전을 너무 자연스럽게 하며 효율적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 있다. 360도 회전을 하면서도 균형점을 쉽게 맞추는 것에서도 다른 로봇들과 차이가 있다. 몇 년 후가 될지 모르는 미래에 양산될 로봇들의 프로토타입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 남자로서의 로망으로는 로봇을 직접 조종하고 싶지만, 결국엔 AI가 로봇의 최적 조종자일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어디서 단가를 더 내리고 어떻게 양산할 것이며 얼마나 배터리를 소모하면서 움직일 것인가, 그리고 휴머노이드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올 것인가. 아직도 정복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미래를 엿본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세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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