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이태현

미국 인공지능 로봇 회사 피규어 AI(Figure AI)에서 지난 21일 두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서로 협동하는 모습을 깜짝 공개했다.

이 영상은 해당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충격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두 로봇은 단순히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네트워크 소통을 통해 판단하고, AI와 AI간 물리적인 접촉을 통한 협동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영상에는 피규어의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인 피규어 02 두 대가 등장한다. 사람이 장봐온 물건을 선반 위에 올려놓은 뒤 "이 물건들을 정리해줘"라고 명령하자, 두 로봇은 선반에 둘 것과 냉장고에 둘 것을 분류한다. 인간처럼 빠르진 않지만, 각기 다른 식료품들을 다루는 손가락 부분의 힘 조절 디테일부터 아주 섬세하다.

더욱 재미있는 부분은 분업을 했다는 것이다. 한 로봇이 식료품을 정리해 건네주면 다른 로봇은 그것을 냉장고 알맞는 위치에 구분해 넣었다. 두 로봇 모두 양손을 골고루 움직이며 가끔씩 정말 사람인 것처럼 서로 마주보며 일했다.

물론 진짜 사람이 투입됐다면 30초에서 1분이면 끝났을 일이었다. 심지어 그냥 로봇 한 대였어도 시간은 두 배 이상 빨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상은 로봇의 빠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AI 로봇 간 소통과 협업이 이런 레벨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냉장용이 아니니 옆 로봇에 넘기고 저것은 냉장용이고 냉장고의 윗부분에 들어간다’ 같은 복합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세상에 공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를 바구니에 넣는데, 한 로봇이 바구니를 끌고 와 최적의 위치에 놓고 다른 로봇이 사과를 바구니에 조심스럽게 넣는 행위가 동시에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과정들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AI가 판단해서 실행한 것이라는 점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느려터져서 어디 쓰겠냐"고 했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건 로봇의 속도를 보여주려는 영상이 아니라 AI 탑재 로봇 간 협업을 시연한 영상이다.

로봇의 명칭은 헬릭스(Helix)로 피규어 측은 두 대의 로봇 모두 동일한 AI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구동 원리를 살펴보니 사람으로 치면 시스템 2와 시스템 1이라는 두 개의 두뇌를 통해 작동했다.

시스템 2는 70억 개의 함수로 돌아가는 모델이고 시스템 1은 그보다 조금 적은 8000만 개로 돌아가고 있다. 시스템 2는 함수가 많아서 느린 대신 신중하게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앞으로 할 일들을 미리 계산하는 쪽으로 주로 사용된다. 시스템 1은 함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반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잠재 벡터(Latent Vector)가 존재한다. 이는 시스템 2에서 정밀 분석한 자료를 시스템 1에 전달해 에러를 줄이고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이 두 로봇은 각각 두뇌를 가지고 서로 협동하는 것이다.

여태껏 AI가 적용된 로봇을 공개하면, 얼마나 빠른지 튼튼한지 또는 날렵한지 등 스펙 위주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로봇은 달랐다. 따로 만든 알고리즘이 아니라 같은 로봇에 같은 AI인데 이런 협동성을 보여준 것은 AI 모델의 적용 저변을 엄청나게 확장시킨 것이다.

인간끼리의 큰 장점은 서로 믿는 ‘신뢰’다. 두 로봇 사이의 협동은 ‘믿는다’는 개념이 아닌 ‘당연한 것’이라 망설임도 없다. AI 로봇이 어떻게 발전할지 두려워진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무서운 미래로 빠르게 나아가려는 인류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를 오늘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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