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가장 편하고 쉬운 길은, 힘들고 위험한 일을 굳이 벌이지 않고 사회 여러 세력과 적당히 타협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 임기 5년을 안온하게 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적당히 일하면서 5년을 지내면, 퇴임 대통령의 예우를 누리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삶만 생각한다면, 정치적 반대 세력의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비상계엄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후 진술이다.
이에 화답하듯, 윤 대통령 대리인인 김계리 변호사는 "저는 계몽(啓蒙)되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최후 변론을 이어갔다. 또 다른 윤 대통령 대리인인 조대현 변호사 역시 지난 4차 변론기일에서 "국민은 비상계엄을 계몽령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계몽의 사전적 의미는 ‘바른 생각을 가지도록 깨우쳐 주는 것’이다.
군(軍)을 동원해 사회를 통제하는 국가적 비상조치 계엄령(戒嚴令). 과거 도시 괴담처럼 퍼졌던 ‘안기부’ 이야기들이 좌파에 의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이 단어는 금기시되어 왔고 자연스레 사문(死文)화 되어갔다. 이러한 비상계엄이 많은 국민에게 부정적이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비상계엄 덕분에 비로소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깨달은 수많은 국민은 계엄령이 계몽령이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외교적 문제 때문에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세력을 ‘외부의 주권침탈 세력과 내부의 반국가 세력’ 등으로 표현했지만, 국민은 이들이 북한과 중국, 그리고 국내에서 이들에게 굴종하는 자들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게 됐다. 정치권은 여야를 초월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오히려 이에 편승하거나 이들과 연합하며 정권 붕괴에만 심혈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발의한 1차 탄핵소추안에 ‘가치외교라는 미명하에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한 점을 핵심 사유로 적시했던 것만 봐도 그 사실은 명확해진다. 이들의 행태는 자유민주적 질서를 기본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대통령이 이를 방관하고 적당히 타협했다면 그야말로 직무유기 아닌가. 대한민국의 자유와 법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얼마 뒤면 큰 위기로 닥칠 일들이 대통령의 시야에는 들어옵니다. 서서히 끓는 솥 안의 개구리처럼 눈앞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이 보였습니다"던 대통령의 말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대통령이 조속히 복귀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알리고자 했던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잘 헤쳐갈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