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오는 2030년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5호’의 유인 달탐사 임무에서 2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달 표면을 질주할 2인승 월면차(LTV, lunar terrain vehicle)를 낙점하기 위한 실증 테스트에 본격 돌입했다.
NASA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미국 휴스턴 소재 존슨우주센터(JSC)에서 아르테미스 5호 임무에 투입할 차세대 월면차 예비후보 3대에 대한 1차 테스트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링 위에 오른 후보는 민간 우주항공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문 레이서(Moon RACER)’, 루나 아웃포스트의 ‘이글(Eagle)’, 벤투리 아스트로랩의 ‘플랙스(FLEX)’로, 1년간의 성능 테스트와 타당성 조사를 거쳐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은 모델은 최대 46억달러(약 6조7120억원) 규모의 최종 계약을 독식하게 된다.
NASA의 LTV 프로젝트 매니저인 스티브 먼데이 박사는 "실제 작동되는 3사의 월면차 시제품 실물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아르테미스 LTV 개발의 주요 이정표로, 각사가 올 4월 후보로 선정된지 4개월여 만에 시제품을 완성해낸 것은 민간우주항공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는 놀라운 성과"라고 말했다.
이번 테스트를 위해 NASA는 3개 기업으로부터 지난 9월 시제품을 인도받았으며, 10월 주행 시험을 거쳐 12월 JSC의 무중력 테스트 시설인 ‘아르고스(ARGOS)’에서 운용성과 임무 적합도를 평가했다
이중 아르고스에서의 테스트는 지구의 6분의 1 수준인 달의 중력을 모사한 환경에서 NASA 우주비행사 2명이 월면차를 직접 운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다 현실감 높은 테스트를 위해 우주인들은 액시엄 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신상 우주복 ‘액시엄 선외 활동복(AxEMU)’의 프로토타입까지 착용한 채 월면차 승하차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패널 제어, 표본 채취 및 보관, 과학장비 탑재, 화물 취급 등의 가상 임무를 수행했다.
특히 1명의 우주인이 거동이 불가능한 다른 1명을 구조해 월면차로 달착륙선까지 이송하는 시뮬레이션도 이뤄졌다. 이는 우주인의 부상이라는 비상상황에 대비하고자 NASA가 요구한 차세대 월면차의 필수 능력 중 하나다. 이외에도 NASA는 달 남극이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주·야간 운용의 무결성, 유·무인 운행 기능, 원격 조종 기능, 자율주행 기능, 조명·통신·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테스트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3사가 개발한 월면차의 일부 사양이나 주요 특징이 드러나며 승자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먼저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문 레이서’는 외관이 레이싱카를 연상케 한다. 우주인 2명과 약 400㎏의 화물을 수용할 수 있으며, 트레일러를 연결해 800kg의 추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또한 아폴로 프로그램 당시 달을 밟았던 찰리 듀크, 해리슨 슈미트 2명의 우주인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인체공학적으로 단순화한 안전벨트, 조작이 용이한 패들형 컨트롤러,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에서 운전할 수 있는 이중 제어 기능을 적용했다.
설계상 최대 차별화 포인트는 재사용 능력이다. 임무 종료 후 지구로 회수해 다음 임무 때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수조원을 아낄 수 있다. 수명은 약 10년으로 보고 있다.
벤투리 아스트로랩의 ‘플랙스’는 달 화물차를 지향한다. 중량만 약 2톤으로, 역대 월면차 중 가장 큰 덩치를 지녔다. 우주인이 선 채로 운전하도록 설계해 탑재 공간을 최대화한 결과, 차량 전방에 마련된 3×3m 크기의 15칸 모듈식 데크에 탐사 도구와 장비, 샘플 등을 충분히 탑재할 수 있다. 원격 조종 시에는 아예 운전석까지 탈거해 화물칸으로 쓸 수도 있다.
루나 아웃포스트의 ‘이글’은 전천후 오프로드카를 지향한다. 강인한 픽업트럭을 닮은 생김새처럼 루나 아웃포스트는 록히드마틴, 제너럴모터스, 굿이어 등 내로라하는 기업과 손잡고 영하 140℃까지 떨어지는 달 남극에서 어떤 지형도 극복할 수 있도록 이글을 설계했으며, 임무 종료 후에는 민간 달탐사 기업에 이용권을 판매해 상업적 달 개발 산업을 선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는 관련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먼데이 박사는 "NASA는 아르테미스 미션을 통해 과학적 발견, 기술 진화,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달을 탐사하고 화성 탐사를 위한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그 중심에 차세대 월면차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