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25일이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발사 3년을 맞는다. 허블에 이어 인류가 개발한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망원경인 JWST는 지난 3년간 빅뱅 이후 최초의 빛부터 은하와 태양계의 형성·진화, 외계행성 관측, 생명체 탐사에 이르기까지 우주 역사의 모든 단계를 연구하며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의 눈’으로써 혁혁한 성과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들은 우리가 믿고 있던 기존 우주론을 뒤흔들며 우주라는 거대한 존재가 품고 있는 진실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6일(현지시간) JWST가 20여 년 전 허블 우주망원경의 관측으로 논란이 됐던 발견을 증명해 오랜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밝혔다.
2003년 허블은 우주만큼이나 오래된 아주 오래된 별 주위에 거대한 행성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는 우주가 아주 어렸을 때 목성보다 큰 행성이 형성되고 성장했음을 시사하며, 천문학계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질문에 답하고자 연구자들은 JWST로 초기 우주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은하의 별들을 연구했고, 이번에 몇몇 별들이 행성 형성의 요람인 원반(disk)을 갖고 있으며 그 원반이 우리은하의 젊은 별들 주변에서 보이는 원반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럽우주연구기술센터의 귀도 드 마르키 박사는 "웹을 통해 허블로 본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젊은 우주에서의 행성 형성과 초기 진화를 모델링하는 방법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JWST에 의해 기존 우주론을 무력화하는 발견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6월에도 빅뱅 이후 2억9000만년밖에 지나지 않은 약 137억 년 전의 은하(JADES-GS-z14-O)를 포착해 우주 관측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은하 기록을 다시 작성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의하면 JWST는 가동을 시작한지 불과 몇 달 만에 초기 은하 후보를 예상보다 1000배나 많이 관찰했다. 이런 결과들은 초기 우주에 크고 밝은 은하들이 기존 우주론의 예측보다 더 많았음을 의미하며, 천문학계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주론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JWST는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외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데도 성과를 내고 있다.
올 7월 독일 막스플랑크 천문학연구소(MPIA) 연구팀이 12광년 떨어진 별 주위에 있는 차가운 가스행성을 처음 포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가스형 행성은 질량이 목성 6배에 온도는 2℃ 정도로 낮아 지금까지는 관측이 어려웠지만 JWST는 고성능 중적외선 관측 장치인 ‘MIRI’를 통해 포착했다.
JWST를 운영하는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STScl)의 손상모 수석연구원은 "(JWST가) 외계행성계의 대기 성분을 높은 정밀도로 알아낼 수 있다는 증거가 속속 발표되며 태양계 행성들과 비슷한 대기 성분의 외계행성 탐사가 활발하다"며 "관측되는 외계행성이 늘면서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조건을 가진 행성이 발견될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자들의 활약도 활발하다. 이석영 연세대 교수팀은 지난달 JWST를 활용해 초기 우주에서 이론적 한계보다 40배 이상 빠르게 물질을 흡수하고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한 성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연구자 최초로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JWST의 이용 시간을 직접 배정받아 별 탄생 영역인 뱀자리 아기별 ‘EC53’을 관측하기도 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최초의 성과들이 이어지며 JWST를 이용하려는 천문학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중이다. STScl에 따르면 JWST의 관측시간 배정을 위해 지난 10월까지 진행한 4주기 모집에서 2377개 프로젝트가 제안돼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초기 은하 관측 연구가 19%로 가장 많았고, 외계행성 대기 관측과 별·항성계 관측이 16%로 뒤를 이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 초기 만들어진 가장 어린 은하와 최초의 별들에 대한 후속 연구들이 계속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외계행성 분야에서도 태양계 밖 외계행성을 더 자세히 분석해 지구와 같은 생명현상이 가능할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JWST는 당초 설계수명이 5년이었지만 20년 이상 현역으로 활동하며 우주의 비밀을 풀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