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자 가족 “내 동생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세요”...英서 집회
美 국무부 “중러, 탈북망명 신청자 제3국 이동 허용하는 등 제공하라” 촉구
美 의원들 “종교적‧정치적 박해서 자유롭게 재정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유엔 사무총장 “송환자들, 고문‧구금 및 심각한 인권침해 위험 직면” 우려
유엔 북한인권보고관 “북한은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의 행방 명확히 밝혀야”
세계기독연대 “中은 잔인한 강제송환 정책 중단, 北은 송환자 처벌 말아야”

한국 외교부 “중국UPR‧안보리‧유엔총회 등서 탈북민 강제송환 금지 촉구”
탈북 청년들 “국제사회 관심 없던것 아니라 잘 몰랐던 것...알리는 게 중요”

영국에 거주중인 탈북민 김규리 씨가 9일(현지시간) 런던에 있는 주영 북한 대사관 앞에서 동생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영국에 거주중인 탈북민 김규리 씨가 9일(현지시간) 런던에 있는 주영 북한 대사관 앞에서 동생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9일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탈북민 수백 명을 강제북송한 지 1년이 지났다. 중국과 북한이 현재까지 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탈북민 행방 확인, 석방 촉구 요구와 규탄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 탈북민 가족들, 영국 中‧北 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중단‧석방 촉구 집회

지난 9일(현지시각) 오후 영국 런던주재 중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 앞에서는 탈북민들의 가족과 인권단체 회원들이 강제북송 중단과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은 지난해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탈북민 수백 명을 기습적으로 강제북송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난해 10월 강제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의 언니 김규리 씨는 이날 집회에서 ‘내 동생을 구해주세요. 그녀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강제 북송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제 동생은 지금 어디 있나요’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동생의 구명을 호소했다. 

규리 씨는 “제 동생과 500명의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며 “그 1년 동안 북한 감옥에서 어떤 고초를 겪고, 어떻게 맞고 죽어 가는지, 어떻게 병들어 가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들을 어서 빨리 안전하게 나올 수 있게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규리씨에 따르면 동생 철옥 씨는 일명 ‘고난의 행군’ 시절이던 지난 1998년 열다섯 살의 나이로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두만강을 건넜지만, 중국의 산간오지로 팔려가 자신보다 서른 살가량 많은 남자와 결혼해 이듬해 열여섯 살에 딸을 낳고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구금된 지 6개월 만인 10월 9일 다른 탈북민 수백 명과 함께 강제 북송됐다.

규리 씨는 “살려고 탈북한 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돼 다시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제발 살려고 나온 우리 북한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을 해주시, 북한으로 다시 죽으라고 보내지는 말아달라”고 외쳤다.

◇ 美 행정부‧의회도 한목소리로 북한 정부 규탄...중러엔 망명 허용 등 요구

미국 국무부는 탈북민 강제북송 1주년을 맞은 9일 해당 탈북민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에 강제 송환 금지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VOA)를 통해 “우리는 북한에 강제 송환된 모든 이들의 안위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송환된 탈북민들이 고문과 성폭력, 강제 노동과 처형 등 가혹한 처벌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 의정서, 고문방지 협약에 따른 강제 송환 금지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탈북 망명 신청자가 원할 경우 안전한 제3국으로의 이동을 허용하는 등 적절한 보호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은 정기적으로 중국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국과 기타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계인 미셸 스틸 미 공화당 하원의원도 이날 X(옛 트위터)에 “오늘은 중국 공산당(CCP)이 난민 500명을 고문과 정치범 수용소, 그리고 처형이 기다리고 있는 북한으로 강제 추방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북한 주민들의 강제 추방을 중단하고, 그들이 종교적‧정치적 박해에서 자유롭게 재정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담당 소위원장인 공화당의 영 김 의원도 X에 “1년 전 중국 정부는 탈북자 500여 명을 강제 북송했다. 이들은 수용소에서 고문과 성폭력, 강제 노동에 시달릴 위험에 처해 있다”며 “우리는 인권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등대로서 전 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엔‧국제종교단체들, 송환자들 인권 심각 우려...北에 박해‧처벌 중단 촉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제79차 유엔총회에 앞서 지닌달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8월 이후 중국에서 수백 명이 송환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송환된 사람들은 ‘고문, 자의적 구금, 기타 심각한 인권 침해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9일 VOA를 통해 “북한은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의 행방을 명확히 밝혀야 하며, 유엔 회원국들은 강제 송환 금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며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의 생사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북한이 그들의 행방을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금된 탈북민들은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가족들은 처벌을 받아선 안 된다”며 “모든 국가에 ‘강제 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그 누구도 고문이나 기타 부당한 대우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돌려보내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보고된 바에 따르면 북한엔 그런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들도 9일 잇따라 중국과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글을 X에 올렸다. 비키 하츨러 위원은 “1년 전 중국은 북송될 경우 가혹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 난민 500명을 북송했다”며 “중국에서 기독교와 선교사와 접촉한 이들은 특히 박해를 받을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도 9일 X에 “1년 전 중국이 탈북민 500여 명을 고문과 투옥, 처형의 위험이 있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했다. 이는 유엔 난민 협약에 따라 중국이 국제법상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잔인한 탈북민 강제송환 정책을 중단하고, 북한 역시 송환된 난민들이 어떤 처벌도 받지 않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 한국 외교부, 국제기구‧회의 통해 다방면 노력...탈북청년들도 알리기에 힘써

한국 외교부도 9일 “우리 정부는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방지를 위해 전방위적인 외교적 노력을 전개해 오고 있다”며 “중국에 탈북민이 강제 북송되지 않고 본인이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자 차원에서는 올 1월 유엔 인권이사회의 중국에 대한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를 포함해 안보리 브리핑 공식회의,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유엔 총회 등 다양한 국제회의 때마다 탈북민 강제 송환 금지 원칙 준수를 촉구 중”이라고 알렸다. 

탈북 청년들이 최근 캐나다 4개 도시를 돌며 북한 인권을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20~30대 젊은 탈북민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열흘간 캐나다 내 8개 대학에서 북한 인권 실상을 증언했다. 이들은 유창한 영어로 탈북 이유와 강제북송 경험, 성공적인 한국 정착 등을 주제로 캐나다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행사에 참여했던 탈북민 김일혁 씨는 10일 VOA를 통해 “북한 주민이 정권으로부터 어떤 처우를 받는지 잘 알지 못하던 캐나다 학생들의 우리와 대화 후 달라진 모습은 고무적이었다”며 “북한 주민과 탈북민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학생도 있었고, 캐나다에 있는 탈북민들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치겠다는 학생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에 화상으로 참여했던 김은주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잘 몰랐던 것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중국 학생 같은 경우는 진짜 이런지 몰랐다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우리는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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