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전경우

예전 서점가에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선 3T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다. Title(제목), Target(대상), Timing(시기)이 그것이다.

제목으로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고, 독자층과 출간하는 시점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3T 전략은 지금도 유효하다. 책이 아니어도 영화나 드라마, 음악 같은 문화 콘텐츠에 거의 다 적용이 된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제목이 신통찮거나 구매층이 명확하지 않으면 팔기 어렵다. 상품을 내놓는 시기 역시 중요하다.

광복절에 맞춰 개봉한 영화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은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다룬 다큐 영화다. 보수우파들은 진실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크게 기대를 했다. 하지만 결과가 신통찮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영화의 취지와 목적은 좋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노력과 능력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다. 보수우파 매체에서조차 혹평을 할 정도였다. 작품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영화의 기본마저 갖추지 못한 수준 이하의 결과물이었다고 지적했다.

극장을 찾아 내 돈 내고 ‘직관’을 한 관객들도 대체로 실망했다. 본전 생각이 날 만큼 허망했다는 이도 있었다. 시장이 공무원, 지역 주민들과 함께 극장을 찾아 응원도 할 겸 영화를 보기도 했지만, 정치인 인사 자리가 되고 말았다.

영화 제작사에서는 저예산으로 급하게 만든 것이어서, 미흡한 점이 많다고 했다. 감독은 시사회장에서 창피하다고 했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봐 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젊은 관객은 없었다. 젊은이들에게는 그저 하품 나는 옛 이야기일 뿐이다. 관심도 흥미도 없다. 영화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을 3T 관점에서 보면 아쉬움이 많다.

제목(Title) ‘목련’은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육 여사와 함께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렇지만 산업화, 근대화로 상징되는 박정희 대통령을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의 제목 치고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낭만적이다.

관객층(Target)에 대한 설정도 안일했다. 박정희·육영수 이름만 들어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어른들이 극장을 가득 메워 줄 것으로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어른들은 영화의 주 소비층이 아니다. 사랑방에 모여 앉아 흘러간 옛 이야기 하며 눈물을 찍어내는 풍경을 기대했다면 그 역시 대단한 착각이다.

개봉 시기(Timing)도 전략적이지 못했다. 시간이 촉박한데도 굳이 광복절 개봉을 고집했던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 ‘화려한 휴가’ ‘택시 운전사’ ‘변호인’ ‘광해-왕이 된 남자’ 같은 영화들을 보라. 그것들이 극장에 내걸린 타이밍이 얼마나 절묘했는지. 총선이나 대선 같은,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했다. ‘건국전쟁’이 따뜻하게 데워질 무렵, 느닷없이 튀어나온 ‘서울의 봄’ ‘파묘’에 관객이 모여 들면서, 지난 봄 총선의 판세가 이미 판가름 나고 말았다.

나라가 두 패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총칼 대신 문화로 싸우고 있다. 그것의 질과 급수를 떠나, 어느 쪽이 더 전략적이고 효과적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적어도 영화에서만큼은 좌파들의 전략이 더 먹히고 있다. 물론 모두 다 재미를 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략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남이가, 하며 어설프게 들이댔다가는 백전백패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다 끌어다 저희들만의 지고한 가치인양 포장을 하고, 영화 제목으로 써 먹는 저 비상한 재주를 보아야 한다. 오컬트다 뭐다 하면서 비난과 논쟁을 피해가는 솜씨도 배워야 한다. 와 대박, 하면서 젊은 친구들 입이 쩍 벌어지게 하는 재미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것이 선의의 경쟁이 아닌, 전쟁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전쟁은, 무조건 이기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문화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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