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김태수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적인 미국 방문 길에 나섰다. 이번 5일간 국빈방문을 통해 북한 핵 등 중요 현안들에 대해 논의할 좋은 기회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2-3일로 끝난다. 이번에는 5일간의 긴 여정, 최고의 국빈대우, 나아가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인도-태평양전략 연합국가 중 처음으로 국빈방문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사안들의 무게감에 비춰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 올라갈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의 한국 역할,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역할 등이 외교적 의제로 다루어지게 될 것이다. 중국이 완전히 러시아 편에 섰고 브라질도 점차 중국 캠프로 들어가고 있다. 세계 전 지역에서 도전받고 있는 미국은 한국에 더 많은 협조와 지원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동북아 정세, 그리고 세계 정세를 감안하면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전 동아시아를 주도하던 일본은 현저하게 쇠락하고 있다. 일본의 쇠퇴는 역사적 전개의 필연적 흐름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한국이다. 세계는 한국에 대해 일본을 대신할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세계 경제 10위인 한국은 이에 부응해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 규모는 아직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인구 수에서도 반 이상 적다. 하지만 앞으로 이 격차는 특히 경제에서는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고 10년 이내에 한국 경제가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본은 경제를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는 어떠한 계획이나 의지가 없으며, 2차대전 후 계속 쇠락한 영국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일본은 지금 중국의 공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거의 매일 쏘아대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도 일본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북한 연합군의 침공도 상상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 연구기관 내에서도 중국의 일본 침공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던 상황이다. 물론 중국의 대만 침공, 북한의 한국 위협 등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중국의 일본 침공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절대적으로 추구하고 있으며 여기에 모든 외교력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은 현재 완전한 친미 정책을 취하고 있고 중국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을 돕는 반중 정책을 취하게 되면 중국으로부터 더 심한 견제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아직 군사·경제적으로 미국에 상대가 안된다다는 점, 중국의 인구 수가 금년 내 인도에 뒤처지게 된다는 점, 반도체 분야 등에서 취약점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한국으로서는 일본, 나아가 대만·베트남, 그리고 필리핀과도 동아시아 반중 대노선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선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면서 중국도 같은 충격을 받게 될 상황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물자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 우크라이나전쟁이 러시아 패배로 끝났을 때 자유의 파이를 나눌 자격이 생기게 된다.

한편으로는 인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인도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중립을 취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패배하면 미국 캠프, 전체 인도-태평양 전략에 점진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점차 인도로 투자 전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이 집요하게 자국과의 경제협력을 요구하고 반미노선을 강요하는 경우, 한국은 이에 즉각 대응할 필요없이 현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국제정치적 문제들을 논의하고, 미국과 전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전선의 중요성을 확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체적 구도 아래 외교정책을 계속해 나간다면 한국은 전반적 안정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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