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지난 3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징계가 아닌 ‘주의’ 조치만 내린 것은,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 전 최고위원은 방송과 SNS에서 당내 계파 갈등 조장 의혹으로 윤리위에 제소됐다. 그는 ‘우리가 황교안’ 발언을 방송에서 비판하지 말라고 당내에 요청한 장동혁 대표를 향해 "구차하다"고 질타했다.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장 대표를 두고 "판사 출신이지만 법관으로는 한참 후배"라고 공개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여상원 윤리위원장을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까지는 7개월 남짓 남았다. 선거는 전쟁이고, 전쟁에서 전열 정비는 생존의 기본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국민의힘과 그 전신은 거의 선거 때마다 내부 분열을 반복해 왔다.
2016년 제20대 총선을 흔든 ‘옥새 파동’,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의 후보 난립은 진영 스스로 분산과 혼란으로 이어졌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이라는 사법 리스크가 큰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도, 외형상 단일 대오를 유지하며 주도권을 잡아왔다. 자유·우파의 분열과 좌파의 결집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판결 이후 검찰의 항소 포기, 한미 관세·안보 조인트 팩트시트를 둘러싼 논란, 중앙부처 약 75만 명 공무원의 휴대전화·PC 포렌식 방침을 둘러싼 ‘검열’ 논쟁, 베일에 싸여 있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까지 정권 악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국민의힘은 지지율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명분이 약해서가 아니라, 비판을 정책·대안으로 승화시킬 내부 역량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장동혁 대표는 소위 조·중·동 보수언론의 지원 없이 당원들 선택으로 선출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존 당대표와 결이 다르다. 그러나 문제는 정당과 보수언론 모두 여전히 20년 전의 사고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변화한 정치 환경과 미디어 구조에 맞춘 전략을 만들지 못한 채, 중도 확장론과 제왕적 대통령제 논란만 되풀이하며 실질적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 그 결과가 오늘의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거 현실을 직시한 개혁이다. 첫째, 계파를 막론하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검증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둘째, 이호선 당무감사위원회를 중심으로 당내 갈등의 뇌관이 되어 온 한동훈 전 대표가 연루된 ‘당원 게시판’ 문제를 투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당원 민심이 모이는 공간이 조작의 진원지가 된 상황을 방치하면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
셋째, 국민의힘이 지금 선택해야 할 전략은 어설픈 중도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 실패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의 가치와 정책 역량을 공유하는 ‘중핵(core) 강화 전략’이다. 흔들리지 않는 중핵을 중심으로 그 위에 세대·지역·계층의 확장을 덧붙여야만 재생산이 가능한 정치가 된다.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5.11.17 14:32
- 수정 2025.11.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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