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재판은 이미 죄와 벌을 심판하는 법치의 장(場)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김만배·남욱 등 대장동 비리 민간업자의 범죄 수익이 어디로 가느냐가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초래한 자업자득이다.

남욱의 변호인 측이 검찰이 동결시킨 남욱의 500억 원대 재산을 해제하는 절차를 문의했다는 소식이 14일 보도되자, 아닌 말로 ‘뚜껑이 열린’ 댓글이 줄을 이었다. ‘7800억 범죄 수익 국고환수하고 범죄자를 모조리 깜빵으로 보내자!’라는 댓글이 다수다. 문장 마지막에 느낌표(!)를 수도 없이 찍어놓은 댓글이 적지 않다. ‘국민 멘탈’이 거의 붕괴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론조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반대 현상이 분명하다. 14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적절했다’는 응답은 29%다. 반면 ‘부적절하다’는 48%로 절반에 가깝다. 23%는 ‘의견 유보’. 한국갤럽은 민주당 지지가 강한 40·50대에서도 찬반 양론이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 42%, 국민의힘 24%였던 사실에 비춰보면 민주당 지지층에서 ‘항소 포기 부적절’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추론이다.

검찰은 당초 김만배·남욱·정영학·유동규 등에게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해 총 7814억 원 추징을 구형했다. 남씨에게도 1010억 원을 추징금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10월 31일 남욱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지만 추징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가 특가법상 배임이 아니라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하면서 추징금이 없어진 것이다.

남욱의 재산은 500억 원대로 알려진다. 4년 징역형은 받았지만 추징금은 0원. 따라서 4년만 버티면 500억이 고스란히 남는다는 이야기다. 2심에 가면 4년 징역이 더 깎일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네티즌들이 일제히 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2000억 원 정도는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로 인한 국민의 낙담과 분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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