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면을 어디 한 두 번 보았나.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속 사태가 뻔한 수순으로 가고 있다. 수십 년 되풀이된 데자 뷔(deja vu), 너무도 익숙한 기시감이다.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사표를 내고, 법무장관·대통령은 신속 처리하고, 당·정·대(대통령실)는 언론·국민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홱 돌리려는 장면. 속칭 ‘정치 공학’(political engeneering)으로 잘못 불리는 정치 잔머리 시리즈가 눈앞에 펼쳐진다.
지금은 왕창 몰려든 이른바 ‘개떼’(언론)들을 향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새 ‘개뼉다귀’(관심사)를 힘차게 더 멀리 던져야 할 타이밍이다. 심성이 착한 정권 같으면 물가 인하, 집값·전세 안정, 중소·영세업자들을 위해 오래 묵혀둔, 국민을 위한 정책들을 과감히 풀어놓을 것이다. 잔머리가 심한 정권은 인기 연예인의 대형 스캔들을 희생양으로 풀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준비한 ‘개뼉다귀’란 게, 검찰 수뇌부를 향해 항소 포기에 대해 정당한 비판을 한 검사들에게 ‘어? 이 XX들 봐라. 그래? 어디 한번 죽어봐라’는 식이다.
12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겁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 법"이라며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검사들이 옷 벗고 나가서 전관예우 받고 떼돈 버는 것도 막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이 나오기 무섭게 13일 민주당 이병기 원내대표는 ‘항명 검사’들의 해임·파면이 가능하도록 검사징계법을 대체하는 법률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출발은 검찰 수뇌부의 ‘대장동 항소 포기’다. 다시 말해, ‘법무부와 대검의 항소 포기 압박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 때문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것이고, 대통령실도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12일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같은 문제의 핵심을 ‘항명 정치 검사들이 나쁜 놈’이라는 식으로 의제(agenda)를 정반대로 홱 바꾼 다음, 대한민국 국민과 대의(大義)을 위해 행사해야 할 입법권을, 아닌 말로 마음에 안 드는 검사들 목줄 따는 용도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국민을 속이는 ‘정치 잔머리’다. 이런 잔머리에 국민과 언론, 검사들이 심리적 압박을 받거나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가는 건 큰일이 아니라 이런 류의 잔머리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