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정부·여당·대통령실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기존 정부안 35%에서 25%로 인하에 합의했다.

이미 정부는 지난 7월 배당소득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분리하고, 배당소득 구간에 따라 2000만 원 이하는 14%, 2000만~3억 구간은 20%, 3억 초과분은 35%의 차등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업의 고배당을 유도하기 위해 최고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을 이날 정부가 수용하는 모습을 취한 것이다.

그러나 2023년 국세청이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따르면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5억 원 초과신고자는 6882명으로 전체 금융소득 과세자의 2%다. 이들이 신고한 금융소득은 14조2436억 원으로 전체의 43.8%이고, 이중 배당소득은 86.6%인 12조3327억이다.

결국 상위 2%의 주식부자가 전체 배당소득의 57%를 받는 셈이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양이 압도적이며, 최고세율이 인하되면 고액 자산가의 세금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여당의 최고세율 인하 명분은 ‘시중 유동성을 부동산 시장에서 기업의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하기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며,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합리적 조정을 통해 주식시장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라는 명분으로 기업의 고배당을 압박해 우호적 정부 여론을 조성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물론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 인하는 배당투자 매력을 높인다. 장기 배당투자와 기관투자가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 유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 투자환경 제공 등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세율 인하는 주로 고자산가층이 배당소득을 받는 현실에서 부자감세 논란과 세부담 형평성 악화 문제가 발생하고, 조세수입 감소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있다.

특히 기업은 세율 인하가 높은 배당 압박 요인으로 인해 고배당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러면 사내 유보금 감소,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재원 축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 높은 배당은 단기주주 이익 중심 경영으로 기업의 장기 실물투자 위축 등의 문제가 있다. 이는 기업 경쟁력 하락을 불러오고 나아가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정부는 세율 인하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현명한 대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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