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나라가 됐다. 최근 정부가 국민을 향해 적극적 주식투자를 주문하는 듯하다. ‘빚내서 투자하라!’ 소위 ‘빚투’다. 벌써 ‘빚투’를 위한 신용대출이 26조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고 한다.
이는 ‘빚’으로 ‘빛’내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빚투’ 권장이 겉보기엔 국민의 자산 형성을 돕고, 경기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한국 경제의 종말일 수도 있다. 경제이론과 역사적 경험이 그러하다.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스스로 안정성을 해치는 내재적 불안정성을 갖고 있다. ‘금융 불안정성 가설’이다. 아무리 튼튼한 시장도 언제든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안정성을 위해 그가 정부 개입을 역설했던 이유다.
‘빚투’는 단기적으로 주가상승·소비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생산성 향상에서 기인하지 않았다면 실체가 아니라 기대감으로 부풀려진 것, 즉 거품이다. 지금 한국은 ‘거품 착시’ 마술쇼를 하는 중이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경제학 버전이다. 이는 매우 위험하다. 시장에 충격이 가해지면, 그 부채로 인해 금융기관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 기대가 꺼지는 순간, 거품은 붕괴된다.
불황은 연속적이지만 거품 붕괴는 단절을 의미한다. 모든 경제주체의 생산·소비·투자 등의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도 그런 경험이 있다. 주식투자를 독려했다가 증시폭락으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재산을 잃었다.
위험과 수익은 양면성이 있다. 금융시장은 경제주체가 그 위험 정도를 스스로 판단하고 손익을 감수하도록 한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투자를 권하는 순간, 국민은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투자 판단에 신중함을 잃고, 단기 수익을 좇는 투기심리로 변질될 수 있다. 심지어 정부가 투자손실을 보전해줄 거라는 착각도 한다. 정부의 빚 탕감 조치를 목격한 학습효과일 수도 있다. 이는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사례다.
한국은 이미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빚투’를 권하는 건 미래를 전혀 생각지 않는 행태다. 외국 자본 이탈, 환율 급등 등 이미 자본시장 불안이 발현되는 중이다.
경제에는 심리가 작용한다. 그 심리를 지탱하는 건 실물과 신뢰다. ‘빚투’는 정부가 국민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포퓰리즘이자 현실을 망각케 하는 마술적 리얼리즘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