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거짓진술…조태열 증언으로 비상계엄 배경 이해했단 평가
‘재판공개’ 안됐다면 확산 안됐을 내용들…일종의 ‘순기능’ 지적도
‘내란재판’이 생중계되면서 비공개 재판이었다면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 증언과 사건의 맥락이 드러나고 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전사령관의 진술은 엇갈렸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의 증언을 통해 계엄 선포 배경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오히려 재판 생중계가 국민 이해를 돕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다.
곽 전 사령관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 출석해 새로운 증언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를 마치고 대통령 관저에서 식사할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과 일부 정치인을 호명하며 ‘잡아오라,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을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계엄)을 언급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날 관저에는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등 여러 사령관들이 동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한동훈 사살설’과 ‘비상대권’을 들은 자는 곽 전 사령관이 유일하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의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곽 전 사령관의 진술 직후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은 그간 일관성이 부족하고 발언이 자주 바뀌어 왔다”며 “통화 내역이나 여러 자기 진술의 신빙성이 부인되고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면피성으로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 당시부터 여러 차례 바뀐 바 있다.
일각에선 곽 전 사령관의 오락가락한 진술이 생중계로 전국에 공개되면서, 계엄의 진실을 국민이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증인들의 발언이 투명하게 드러나 재판의 공정성 및 국민적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다. 재판 생중계의 ‘순기능’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의 증언에서도 제 역할을 했다.
같은 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조 전 장관은 “너무 충격적이었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직언하자 “(윤 전 대통령이) ‘이게 내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이런 조치(비상계엄)를 결정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라고 되물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 대목에서 “윤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커졌고, 의자도 비스듬히 앉아 계시다가 저를 쳐다보며 말했다”며 매우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지금 상황은 종북 좌파들 때문에 국정이 마비가 돼 있고 이 상태로 놔두면 국정이 거덜 난다. 경제도 외교도 다 안 된다’면서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외교 그대로 지금대로 갈 수 있다’고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국정 최고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같을 수가 없다. 이 자리(대통령의 자리)에 있지 않으면 모른다”며 “법치주의를 신봉하고 있는 내가 오죽하면 이런 생각을 했겠느냐”고 말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번 조 전 장관의 증언으로 비상계엄 선포의 원인을 자세히 알게 됐다는 평가다. 또한 그간 좌파 진영에서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해서 계엄 선포했다는 ‘김건희 수호설’이나 음주 상태에서 했다는 ‘술김 선포설’ 등은 허위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