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들이 수만 명의 청년들이 농촌·탄광·광산 등 험지에 자원 진출하고 있다는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누가 최악의 생활 현장인 험지에 스스로 가려 하겠는가. 자원하여 간다지만 징용이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일제 강점기 징용은 기아임금일망정 임금을 주며 일을 시켰다. 김정은 정권은 험지에 끌어간 청년들에게 해주는 것이 없다. 인력 수급을 채우는 데만 급급할 뿐 생활환경이나 근무 여건 등은 뒷전이다.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도 없고 생계를 위협받는다.
실제로 청년들은 당간부나 청년동맹 간부가 만나자는 말만 해도 험지에 가라는 소리가 나올까 불안해하고 있다. 험지에 가서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도망하거나 병을 구실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제 죽을지 모를 탄광·광산에서 무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죽어도 국가가 유족의 생존을 보장해 주기보다 오히려 대를 이어 아버지나 남편이 일하던 혁명초소를 지켜야 한다며 자식들과 아내들을 또 그 위험한 곳에 밀어 넣는다.
탄광·광산에서 태어나면 대학은 물론이고 군에도 가기 어렵고 대대손손 두더지 인생을 살아야 한다. 결혼도 쉽지 않다.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워봤자 탄부·광부가 될 것이 뻔하니 여성들이 기피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탄광·광산에 시집가는 이들은 탄광·광산 태생이거나 협동농장 여성들이 태반이다. 대를 이어 농민 성분대로 살아야 하는 운명은 농촌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농사 짓기보다는 탄광·광산에 시집 가 노동자 부양가족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을 보고 시집간다. 일단 노동자 부양가족이 되면 농민 신분을 면하게 되고 전업주부로 살 수 있다.
북한당국은 탄광·광산에 간 청년들을 현지에 정착시키려면 결혼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도시 여성들에게도 탄광·광산에 지원을 강요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가더라도 그곳을 어떻게든 다시 빠져나오려 한다. 실상이 이럼에도 수만 명이 험지에 탄원했다고 하는 거짓말이 북한 매체들을 도배하고 있다.
험지에 가는 청년들을 보면 고아나 가난하고 권력 없는 집 자녀들, 드물게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불량청년이나 전과자들이다. 남쪽 말투를 사용했다는 죄로 ‘평양 문화어 보호법’에 걸려 퇴학당하고 탄광으로 끌려간 대학생들도 있다.
정상 사회는 험지에 강제 배치하는 식이 아니라 스스로 가도록 여건을 보장하는 사회일 것이다. 험지에 강제로 보내는 행태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짓밟는 심각한 인권유린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무튼 세계사에 유례없는 지옥이 북한이다. 언제 북한 청년들이 험지에 끌려가지 않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누리는 세상을 맞을지, 그냥 한숨만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