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
도명학

남녀 성비가 남북한이 다르다. 남한은 남성이 더 많고 북한은 여성이 더 많다. 필자 보기에 남한 성비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인다. 반면 북한은 여성인구가 압도적이라 할 만큼 더 많다. 거리에 나가 보면 여성이 훨씬 더 많이 눈에 띈다.

학교는 더 심각하다. 어느 교실이든지 얼핏 들여다봐선 여학생만 있는 학급 같고 좀 자세히 봐야 남학생이 보일 정도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여성이 더 많다. 여아가 더 많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신생아 사망률도 남아가 더 높다. 북한 의사들이 말하기를 여아보다 남아가 질병과 영양실조에 생태학적으로 더 취약해 그렇다고 하던데 틀린 말 같지 않았다.

군 병력 수급을 채우기 힘들어 신체검사 합격 기준을 낮추고 여군 수를 늘리는 것도 날이 가면 갈수록 남자가 더 적어지기 때문이다. 수명도 남녀 차이가 크게 난다. 어디를 가봐도 65세 이상 노인은 거의 다 할머니들이다. 남성이 오래 살기 힘든 사회가 북한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만 60세까지 고된 노동과 규율과 통제와 군사훈련에 시달리는 삶이 원인일 것이다. 17살에 군에 입대해 10~13년을 배고픔과 영양실조에 혹독한 규율과 훈련으로 피지도 못한다. 제대하고도 탄광·광산·임산 등 험지에 배치돼 혹사당하기 일쑤다. 직장을 잠시 접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싫든 좋든 힘들든 쉽든 만 60세까지는 무조건 직장을 다녀야만 하는 강제노동 인생이 북한에서 남자로 태어난 죄다.

정년 연장을 원하는 남한과 달리 북한 남성들은 정년이 가까운 무렵이면 하루가 십 년 같다고 외울 정도로 그만둘 날을 기다린다. 은퇴 전 몇 해가 가장 지루하고 힘들다고 하는데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다반사다. 굶주림으로 죽고, 병으로 죽고, 사고로 죽고, 감옥에서 죽고, 노동단련대에서 죽고, 남자가 제명을 살게 놔두지 않는다.

북한은 지역별로도 성비가 다르다. 도시에 비해 농촌이 더 심각하다. 워낙 농사일이 육체적으로 힘든 원인이 있겠으나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직 결혼 전인 여성도 많지만 결혼했다가 혼자가 된 여성이 더 많아 아예 과부촌으로 불리는 곳들도 있다. 마을에 멀쩡한 남자 한 명 있으면 ‘종자 수탉’ 소리 듣기 십상이다.

요즘 추수가 끝난 북한 농촌에서는 한 해 농사를 총화 짓는 결산 분배가 한창이다. 북한 매체들에 실리는 결산 분배 행사장 사진들을 보면 농촌 성비가 그대로 엿보인다. 젊은 청년들이 눈에 띄지 않는데 대개 군복무 중일 것이다. 울긋불긋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남성은 대개 나이가 좀 있거나 간부들이다.

성비가 이렇듯 기형화된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 그 자체다. 이것은 참사이고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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