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전유성, 25일 폐기흉 악화로 별세...향년 76세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개그콘서트 녹화 세트장에서 열린 코미디언 고(故) 전유성의 노제에서 영정이 운구되고 있다. /뉴스1

지병 악화로 별세한 코미디언 고(故) 전유성이 영면에 들었다.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유족과 수많은 코미디언 후배들이 눈물 속에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추도사를 맡은 개그맨 이홍렬은 "한국 코미디의 큰 별 전유성 선배님은 무대 뒤 혁신가이자 스승이셨다"며 "우리는 한 사람을 떠나보내지만, 그분이 만든 길 위에 서 있다. 남겨주신 웃음과 가르침은 우리의 가슴과 무대 위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기렸다.

개그맨 김신영은 "제 코미디를 가장 먼저 인정해주신 분, 어린 제자도 존중해주시던 우리 교수님"이라며 "병원에서 제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 즐거웠다’고 한 따뜻한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로 이동해 고인이 생전에 애정을 많이 기울인 공개 코미디 방송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녹화장을 한 바퀴 돌면서 노제(路祭)가 치러졌다. 이홍렬이 품에 안고 있던 고인의 영정을 텅 빈 무대 위에 내려놓자 현장에서는 짧은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1949년생인 전유성은 1969년 TBC 방송작가로 데뷔한 뒤 TV 프로그램과 공개 코미디 무대 등을 아우르며 코미디계를 이끌어왔다.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 ‘내 몸 보약은 내가 만든다’ 등 다수 저서를 냈고 예원예술대학교의 코미디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개그맨 조세호, 김신영 등을 제자로 키워내기도 했다.

후배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전유성은 전형적인 코미디에서 벗어나 공연과 결합한 다양한 공개 무대를 만들어 후배들의 설 자리를 마련한 인물로 꼽힌다. ‘개그콘서트’의 창립 멤버이자 기획자로 유명하며 코미디 전문극장인 철가방 극장을 열었고,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최에도 기여했다.

‘개그계 대부’로 불리는 전유성은 희극인이나 코미디언이라고 불리던 시대에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고인과 생전 오랜 친분을 나눈 이수만 A20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는 "어릴 적 같은 교회에 다녔던 사이"라며 "진정한 기인이었다. 박학다식하고 아이디어의 차원이 남다른 분이었고 후배 양성에 진심이셨다"며 애도했다.

작년 급성 폐렴, 부정맥, 코로나19 등으로 잇따라 병원 신세를 졌던 전유성은 지난 25일 폐기흉 증세가 악화되면서 전북 전주의 전북대학교병원에 입원했다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당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장지는 전북 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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