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뭐라고 형언할 적당한 표현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이 어이없는 현실에 침을 뱉고, 눈과 귀를 다 가리고 외면하고 싶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막말을 내뱉으며 사퇴 압박을 가한 사건을 마주한 솔직한 심정이다.

정청래는 최근 페이스북에 "우리 국민은 이승만 대통령도 쫓아냈고, 박정희 유신 독재와 싸웠고, 광주 학살 전두환·노태우도 감옥 보냈고, 부정 비리 이명박도 감옥에 보냈고, 국정 농단 박근혜, 내란 사태 윤석열도 탄핵했다"며 오만방자한 발언을 내뱉었다. "조 대법원장은 직(職)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사퇴 압박을 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대법원장을 이렇게 막말의 대상 삼고 역대 대통령조차 모욕하는, 그 주인공 정청래는 도대체 뭐라고 이렇게 오만방자한가. 대한민국 역사를 구정물 통에 팽개치는 폭거이며 나아가 그 기적의 역사에 함께해온 국민을 능멸하는 무례함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온갖 흠결이 두드러진 좌파 대통령에 대해서는 왜 입을 닫나. 정청래는 벌써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머리 위에 올라가 상왕 노릇을 하고 싶은가.

조 대법원장이나 사법부를 감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한낱 개인이 아닌 이 나라의 사법 권위를 대변하는 존재다. 사법부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권위가 짓밟힌다면 그 피해는 평범한 민초에게 직접 닥치게 된다. 정청래 같은 폭군이 제도적 보호막을 짓밟으며 인권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이런 폭거를 대하는 사법부의 분위기를 보면 어이가 없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개최하는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앞두고, 토론회 주최자인 ‘재판 제도 분과 위원회’가 "사법부는 국회의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민주당의 ‘대법관 증원론’에 힘을 실어주는 행태일 수밖에 없다. 사법부가 공격받을 때마다 일부 판사들이 민주당 입맛에 맞는 ‘판사 여론’을 만들어주던 사례가 재연된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法諺)이 있다. 이 땅의 법관들이야말로 이 교훈을 먼저 새겨야 하는 것 아닌가. 평범한 국민에게는 호랑이 노릇을 하면서 민주당 앞에만 서면 왜 이리 작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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