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승
이양승

사치스럽다. 금융노조가 곧 총파업에 들어간다. 먹고 살기 힘든 이들은 파업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먹고 살 만한 정도가 아니라 금수저들이다.

객관화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공시와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시중·특수·지방은행의 2024년 기준 직원 수는 모두 10만9625명, 그들의 연간 총급여는 12조3147억 원, 1인당 평균 1억1200만 원 꼴이다. 금수저들의 파업은 철밥통 지키기용 몽니 부리기다.

한국의 은행들은 돈을 참 쉽게 번다. 이자놀이를 통해서다. 대통령도 ‘이자놀이’ 그만하라고 일갈한 바 있다. 옛말에 돈은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고 했다. 돈이 돈을 벌기 때문이다. 자본도 돈이고 이자도 돈이다. 은행은 앉아서 빌려주고 앉아서 받는다. 그렇게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예대마진’을 챙겨 돈 방석에 앉는다. 공장도 없고, 조립 가공 등 부가가치 창출 단계도 없으며, 수출도 없다. 주 수입원은 서민들 자영업자들 중소기업들이 내는 고혈 같은 이자와 수수료 등이다.

은행원들이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인상까지 요구한다. 이는 경제원리를 망각한 처사다. 돈 나고 은행났지 은행나고 돈 난 게 아니다. 근무시간이 줄면 임금을 줄이는 게 맞다. 금융노조는 거꾸로 억대 연봉을 5% 더 올려달라고 외친다. 그들의 주 4.5일제 주장도 이상한 오지랖이다. 2002년 주 5일제가 도입될 때도 금융권이 먼저 나선 만큼 주 4.5일제도 금융권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식이다. 실은 우회적 철밥통 지키기다.

국민들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눈치가 보였는지 몰라도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6일 총파업 총력 투쟁 결의대회에서 "4.5일제는 놀자판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 무기력증과 우울증,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는 우리 동료를 위한 외침"이라고 강조했다. 영구가 ‘영구 없다’고 외치는 격이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은행에 정신병동 설치를 요구할 일이다.

금융노조는 생뚱맞다. 주 4.5일제를 저출산과 연결시킨다. 장시간 노동이 육아와 가사 병행을 어렵게 해 출산이 힘들다는 것이다. 배부른 넋두리다. 그게 이유라면 4.5일제보다 외국처럼 근무시간을 선택하게 하는 유연근무제 도입이 더 합리적이다. 이를테면 오전에 한 시간 빨리 출근해 오후에 한 시간 빨리 퇴근하는 것이다.

철딱서니도 없다. 모른 체 말라, 주 4.5일제가 실시되면 점포 의존도가 높은 노령층에게 직접 피해가 돌아간다. 금융노조는 월화수목 평일 점포 운영 시간을 오후 4시30분까지 늘리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고양이 쥐 생각이다. 못본 체 말라, 고객들이 은행을 많이 찾는 시간대는 금요일 오후다. 주말 금융거래를 미리 하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미국엔 점심시간이 없다. 한국은 점심시간이 따로 있고 그 시간 길이도 ‘1시간+알파’다. ‘알파’는 오가는 자투리 시간이다. 보통 30분을 넘는다. 4시 넘어 30분 연장근무는 자투리 시간밖에 되지 못한다.

일이나 제대로 하는지 의문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공시된 5대 은행의 금융사고 피해액은 2269억9800만 원으로 지난해 전체 피해액 1774억3600만 원의 1.3배다. 사실을 짚자면 은행은 구조조정과 감원이 필요하다. 언론 보도를 보면 5대 은행의 현재 총 지점 개수는 3750개로, 2023년 말 3927개에서 177개가 문을 닫았다.

더 큰 문제는 노동생산성 하락이다. 주요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노동생산성 수준은 턱없이 낮다. 주 4.5일제가 도입되면 노동생산성은 더 하락한다. 경제성장 동력이 더욱 약해지는 것이다. 더구나 관세전쟁으로 지금 한국 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주 4.5일제 근무는 시기상조다. 금융노조의 파업은 참을 수 없는 사치스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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