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매듭 짓기 위한 미·러·유럽·우크라이나 간 종전협상 대화가 본격화됐다. 러시아가 이른바 ‘특수작전’ 미명 하에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지 3년 6개월 만이다.

트럼프는 향후 2주 이내에 종전협상을 완결 짓겠다고 했다. 19일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팀에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한 틀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며 "이 틀은 지속적인 평화와 전쟁 종식을 보장하기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종전 시나리오는 ①미국 국가안보팀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위한 틀을 만들고, ②트럼프가 젤렌스키-푸틴 간 양자회담을 성사시킨 후, ③젤렌스키와 푸틴이 새로운 러-우 평화협정에 서명토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위한 합의의 틀(framework) 내용이 무엇이냐, 또 이 합의의 틀에 젤렌스키와 푸틴, 유럽 주요국들이 모두 동의할 것이냐다. 트럼프의 예고대로라면 이번 주 안에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위한 틀이 나오고 러-우 정상회담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러시아가 80%를 점령한 돈바스 지역을 푸틴에게 넘기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트럼프와 푸틴 간 정상회담을 보면, 20세기 대전략가 즈비그뉴 브래진스키가 1997년 우크라이나를 두고 예언한 것처럼, 약자인 우크라이나가 철저히 배제된 채 강대국들이 운명을 결정하는 지정학적 체스 게임이 될 전망이다. 국제관계에서 강대국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푸틴이 돈바스 지역을 접수하고, 우크라이나군과 나토 평화유지군이 새로 설정되는 국경선(종전선)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군과 대치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한반도의 휴전선과 유사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러한 강대국간 지정학적 체스판 게임이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김정은은 혈맹관계로 발전한 러시아 뒷배에 든든함을 느끼면서 향후 있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보유국 인정 등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향후 러-우 종전협상을 관찰하면서 ‘진정한 평화’가 과연 무엇인지 크게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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