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쌍방간 싸움의 상대로 보겠지만 국가공동체 안에서 그 지위와 역할 차이는 크다. 야당은 자신의 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우선 중요하다. 반면 여당은 국민 전체를 상대로 정치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한몸이다. 대통령 책임제 하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은 정부와 운명공동체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다. 이같은 연유에서 여당 대표는 자신의 당 지지자들보다 국민 전체가 먼저 시야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최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각종 정치 행위들을 보면 여당 대표가 아니라 야당 대표처럼 보인다. 그의 정치 시야엔 국민 전체가 안 보이고 국민의힘만 보이는 것 같다. 그것도 마치 밟아서 없애버려야 할 적(敵)으로 보는 것 같다.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악수는 사람과 한다"고 한 말은 ‘짐승과는 악수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다. 이런 표현은 정치 성향이 정반대인 야당들끼리 싸울 때면 몰라도, 여당 대표가 할 말은 아니다. 정치는 말(言)로 하는 것이다. 말의 수준을 보면 정치인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정청래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서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16주기 추모식에서 똑같았다. 이래선 안 된다.

여당 대표는 야당 대표보다 훨씬 어려운 직책이다. 여야가 밤새 실컷 합의해 놓고도 정작 언론 앞에선 야당이 여당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엄혹했던 5공 시절에도 여야 합의 후에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로부터 뒤통수를 얻어맞은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럴 때일수록 여당 대표가 웃으며 넘어갈 줄 알아야 집안(사회) 전체가 깨지지 않고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일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여당 대표는 국민 통합·국가 통합의 최전선에 서있는 매우 중요한 직책이라는 뜻이다.

정 대표의 몸에 밴 투쟁 성향, 오래 된 야당 기질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육화(incarnation)된 상태가 아닌지 걱정된다. 여당 대표의 사고방식이 특정 방향으로 매몰돼 있으면 국가 전체에 큰 위험을 주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정 대표가 "1919년 건국 부정은 내란"이라며 역사전쟁을 도발해 국민 통합을 깬 것은 대통령과 당원들이 먼저 경고를 보내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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