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안보·인권 후퇴...北에 일방적 양보" 우려

1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임진강변 북한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남아 있다. /연합
1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임진강변 북한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남아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북한을 향해 대화 재개와 상호 확성기 철거를 제안했다. 같은 날 통일부는 올해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정부가 군사·인권 양 분야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조치를 자제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급적이면 대화를 다시 시작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평화와 안정이 뒷받침되는 한반도를 통해 각자의 경제적 환경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분단 상태에서 군사적 대결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서로에게 힘든 일"이라며 "굳이 서로에게 고통을 주고 피해를 입힐 필요가 있겠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선제적으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 뒤 북한이 일부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 사실을 거론하며, "전체인지는 모르지만 북측에서도 일부 철거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도) 불필요하고 비용이 드는 확성기를 상호 철거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6월달에 비방 방송을 우리가 먼저 중단하니까 북측도 중단을 했다"며 "이런 상호 조치를 통해 남북 대화와 소통이 열리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통일부는 같은 날 올해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새로운 증언이 많지 않아 매년 발간이 어렵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으면 2018년 첫 연례 발간 이후 7년 만에 중단되는 것이다.

북한인권보고서는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에 따라 매년 실태조사 후 작성돼 왔으며,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2024년에는 비공개 관행을 깨고 공개 발간됐다. 그러나 이번 중단 검토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의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인권을 북 체제에 대한 공세 수단으로 삼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남북기본합의서 제2조의 ‘내정 불간섭’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드러난 대통령 발언과 통일부 검토는 모두 북한과의 관계를 유화적으로 관리하려는 흐름 속에 있다. 군사 긴장 완화와 인권 문제 비공개화는 단기적으로 대화 재개의 명분을 줄 수 있지만, 북한의 실질적 변화 없이 양보만 거듭할 경우 ‘안보·인권 후퇴’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 안보 전문가는 "북한이 확성기 일부 철거를 했다고 해도 핵·미사일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며 "대화 재개를 명분으로 한 일방적 조치가 오히려 안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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