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석 '본회의 중 차명 주식거래' 후폭풍

탈당·제명에도 시민·정계 고발 잇따라...경찰 수사 착수
송언석 "꼬리 자르기로 덮을 일 아냐...심각한 국기문란"
"국회의원이 내부자 거래로 국민 기만"...전북도 "엄벌"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차명 주식 거래 의혹으로 탈당한 이춘석 전 국회 법사위원장에 대한 제명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차명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거래 시점이 정부의 ‘AI국가대표’ 업체 발표 직전이라는 점에서 ‘내부자거래’ 의혹이 더해졌다. 또한 이 의원은 보좌관 차미진 씨의 휴대폰을 잘못 가져갔다고 해명했지만 차 보좌관과의 명의 거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의원은 탈당 및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 직을 사임했지만 여권에선 이 의원 제명을 선언했고, 야권과 시민단체의 고발에 경찰은 사건을 즉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에 나섰다.

‘더팩트’는 이 의원이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네이버, LG CNS, 카카오 등 주식을 함께 일하는 차미진 보좌관 명의로 거래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AI 국가대표’ 업체에는 ‘네이버클라우드’와 ‘LG AI연구원’을 포함한 5개 회사가 최종 선정됐다.

이 의원이 거래한 ‘네이버’는 이날 선정된 주관사 ‘네이버클라우드’의 컨소시엄 참여 기업이었고, 같은 날 거래한 ‘LG CNS’도 이날 선정된 주관사 ‘LG AI연구원’의 컨소시엄 참여 기업이었다. 또한 이 의원이 함께 거래한 카카오는 이날 ‘AI 국가대표’ 5개 업체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카카오는 1차 심사를 통과한 10개 기업에는 포함됐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구체적인 정보를 사전에 알고 주식 매매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5일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이 위원장이 오전 거래한 종목(네이버, LG CNS)이 그날 오후 정부가 발표한 인공지능(AI) 국가대표에 선정되기까지 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시대’는 개미 투자자들이 아닌 이 위원장을 위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의원의 보좌관 명의 차명거래 의혹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 도중에도 휴대폰으로 주식매매 화면을 들여다본 것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고, 당시 로그인 된 계정 역시 그의 보좌관 차미진의 명의였다.

이에 5일 범 여권인 진보당 홍석규 수석부대변인은 “작년 국정감사 때도 비슷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며 “이 의원은 상습적으로 보좌관의 휴대전화를 들고 간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과 차미진 보좌관의 인연도 최근 맺어진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차미진 현 이춘석 의원실 보좌관은 이 의원이 국회사무총장으로 재직했던 시절, 사무총장 비서실장(3급 상당)으로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 의원의 차명 의혹 관련해 국민적 우려가 큰 것으로 안다”며 “이 의원을 제명할 것”이라 밝혔다.

정 대표는 “당대표 취임하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해 국민에 송구스럽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단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정부 기조대로 엄정하게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날 직접 정 대표에게 전화로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자진탈당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고,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도 법사위원장직 사임서를 제출했지만, 논란이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제명될 처지에 놓였다. 이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사임서에는 “일신상의 사유로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에서 제명하더라도 국회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기에 관련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형배 의원은 탈당했다가 복당해서 요직을 맡고 있고, 양이원영 의원도 농지법위반 혐의로 제명됐다가 복당했다. 김남국 전 의원은 코인 의혹으로 탈당했다가 우회 입당해 대통령실 근무 중”이라며 “국민 회초리 피하려는 꼼수다. 쇼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또한 주 후보는 “법사위원장은 권력자이기 때문에 위장 탈당쇼를 해도 민주당은 싸고돌 것”이라며 특검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사 범죄가 없는지 특검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민주당 방식대로 민주당을 배제하고 야당이 정하는 특검 법안을 곧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특검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주목된다. 이 의원은 법사위원장이던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내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되자 법원을 강하게 질타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면 특별히 검사를 임명한다”며 “(법원이 구속영장을 계속 기각하면) ‘특검’이 아니라 ‘특판’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가지라”고 사법부를 겁박한 바 있다.

이 의원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고발에 경찰은 사건을 즉시 서울경찰청에 배당했다.

주 의원은 6일 오전 9시 20분 서울경찰청 민원실을 찾아 이 의원을 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 등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주 의원은 “AI와 산업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음에도 AI 관련 주식을 차명 거래한 것은 미공개 정책정보 이용에 의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차명으로 개설된 증권 계좌를 통해 실시간으로 거래한 사실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됨에 따라 금융실명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전 MBC기자 김세의 대표가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와 연세대학교 탄핵반대 시국선언으로 잘 알려진 박준영 대표가 설립한 ‘자유대학’이 이 의원을 고발했다.

박 대표는 “휴대폰을 잘못 가져갔다는 이 의원의 변명이 어이없다”면서 “휴대폰 잠금장치를 해제한 후에도 주식 어플리케이션 로그인도 해야하는데, 이를 타인이 모두 할 수 있다는 점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내부자거래로 국민을 우롱했다”며 “주식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 사건의 진상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경찰은 주식관련 범죄를 전담하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이 의원의 고발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배당된 광역수사단은 2개 경찰서 이상 권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나 전문 수사 역량이 필요한 사건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이날 이 대통령도 이 의원의 주식 차명 거래 논란에 대해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진상을 신속히 파악해 공평무사하게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해 실제 이 대통령의 평소 신념대로 ‘패가망신’ 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공석이 된 국회 법사위원장에 6선의 추미애 의원을 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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