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공포에 휩싸였다. 등산로와 공원, 주차장 심지어 변기까지 벌레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마스크와 모자, 고글로 무장한 채 일상을 버티고 있다. 차량·벽·상가 간판에까지 죽은 벌레가 산처럼 쌓인다. 러브버그와 관련한 민원은 며칠 만에 서울 9296건, 인천 계양구 359건, 서구 122건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러브버그는 겉으론 무해해 보인다. 물지도 않고, 바이러스를 옮기지도 않는다. 일부 언론에서조차 ‘익충’이라며 수분과 분해 기능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해충이라고 봐야 한다. 징그러운 건 둘째치고, 러브버그는 죽으면서 산성 물질을 분비한다. 그 분비물은 차량 도장이나 건물 외벽 페인트를 부식시킨다. 단순한 불편을 넘은 실질적 재산 피해다. 자동차 수리비·청소비·교체비는 시민들 몫이다.
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일본 오키나와, 동남아 등 따뜻한 기후에서 서식하던 종이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북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확한 유입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외래종이란 사실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외래 해충이 한국에서 천적 없이 번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껍질이 딱딱하고 맛도 없어 새들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일부 환경·동물보호 단체들은 이 곤충을 마치 지켜야 할 생명인 양 감싸고 돈다. 작년 서울시의회가 러브버그 같은 대량 발생 곤충의 체계적 방제를 위한 조례를 추진하자, 그린피스와 카라는 "화학 방제는 꿀벌과 나비도 죽일 수 있다"며 조직적으로 입법을 막았다. 그들은 이 조례를 ‘곤충 데스노트’라 규정하고 비이성적 반대를 펼쳤다.
그 결과가 지금의 벌레 천국이다. 조례는 막혔고, 방제는 멈췄고, 시민들은 그대로 벌레 속에 남겨졌다. 결국 무대책, 무논리로 시의회의 방제 조례를 막은 환경단체들 때문에 시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서울시 조례안은 단순한 벌레 퇴치가 아니었다. 대량 발생 곤충의 피해를 예측하고,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히 방제하자는 제도적 장치였다. 화학방제만을 고집하지 않는, 친환경 대안도 함께 담긴 정책이었다. 그런데도 소수 환경단체들의 벌과 나비까지 죽을 거라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벌과 나비를 핑계로, 정작 러브버그에 시달리는 시민의 삶은 외면당했다.
매일매일 수많은 시민이 출퇴근길에 벌레를 피하고, 등산은커녕 외출도 힘들어 한다. 실내 활동만 할 수 없는 어린이와 노약자들도 있다. 공공의 안전과 위생, 도시 미관까지 해치는 곤충을 방치하면서 무슨 ‘공존’을 논하나. 도시를 지키는 건 직업이 환경단체 회원인 사람들의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이성적인 현실 파악과 대책 마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