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이태현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AI 비서와 함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설계하고 만든다. 공학도로서 멋지고 설레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정말 가능한 이야기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많은 분야에서 사용 중이다.

AI는 약 70년 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기계도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개념이 시작됐다. 1956년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다트머스 회의에서 처음 사용된 후 지금까지 AI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벌써 9년 전이다. 2022년 생산형 AI인 챗GPT가 발표되면서 식어가던 AI 붐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 챗GPT를 전환점으로 AI를 활용한 온갖 신기한 기능들이 생겨나면서 AI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열게 된다. 여기까지가 AI 역사다.

그리고 지금은 AI에게 명령만 하면 설계를 해주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다.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제너러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이다. 제너러티브 디자인은 2015년 미국 기업 오토데스크의 퓨전 360에서 상업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AI에게 최소한의 설계 정보, 즉 재료와 역할 그리고 크기 정도만 주면 최적의 설계 조건을 찾아준다.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더욱 많은 설계 및 시뮬레이션 관련 회사들이 제네러티브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설계 조건과 제약 조건을 전달하면, AI가 다양한 설계 옵션을 생성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물리적 성능까지 평가해 준다. 설계자는 AI가 제시하는 최적의 설계안과 분석 데이터를 보고 선택만 하면 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엔지니어가 이 모든 것을 일일이 고민하고 분석해서 제시해야 했다.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엔지니어 역량에 따라 그 결과물의 신뢰도가 달라졌다.

자동차 브랜드로 유명한 GM은 차량 시트 브라켓 설계에 제너러티브 디자인을 실제 적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브라켓의 무게는 40% 줄이고 강도는 20% 높아지는 경이로운 결과가 나왔다. AI는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150여 개의 브라켓 설계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기존에는 8개 부품을 용접해서 브라켓을 하나로 만들었는데, 단 하나의 부품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생김새도 무작위한 거미줄처럼 생겨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난해한 모양이었다.

AI 설계도의 큰 특징은 곡선과 비대칭이다. 전에 이슈가 됐던 로켓 엔진도 AI가 디자인하면서 실용성이 극대화됐다. 마치 외계인이 디자인한 것 같았다. NASA에서도 AI가 제시한 천체 망원경 부품 설계안이 전문가가 제시한 설계안보다 여러 측면에서 유리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AI는 무게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안정성을 확보하며 제조 방법과 비용적 측면까지 생각해서 빠르게 설계안을 뽑아버린다. 사람과 비교가 안되는 것이다.

비행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에서도 제너러티브 디자인의 도움을 받아 미래형 비행기 동체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기존 에어버스의 파티션보다 45% 가벼우면서 동일한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기계뿐만 아니라 아디다스의 신발 밑창 설계에도 사용 중이라니, 생각보다 상당히 넓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누구나 다 토니 스타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시기상조인 부분들도 있다. AI가 계산한 설계안을 인간이 그대로 현실에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는 나사나 용접을 이용해 붙인 물체가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인 설계안을 내놓기에 아직은 그대로 재현해 내기 어렵다. 하지만 점점 더 엔지니어에게 요구되던 경험과 숙련도를 AI가 대신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인간은? AI를 창조적으로 부릴 수 있는 상상력과 데이터를 분석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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