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주한중국대사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정해지자마자 공지를 내놨다. 지난 1월 초순 "한국 내 중국인은 정치집회에 참여하지 말라"는 공지보다 수위가 더 높아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또 비밀리에 탄핵찬성집회에 참여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주한중국대사관이 지난 1일 오전 11시 53분경 공식 위챗 계정에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공민과 중국인 관광객에게 재차 일깨운다"는 공지를 올렸다고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해당 공지에서 "탄핵 선고일(4일)과 그 이후 한동안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정치 집회와 시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며,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지 정세와 치안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위험예방 의식을 제고하라. 현지 정치집회와 거리를 두고 참여, 체류, 관망하지 않으며, 정치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거나 공유하지 말고, 현지 주민들과의 언쟁, 신체 충돌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헌법재판소, 광화문, 여의도, 한남동 등 민감한 장소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의 접근을 피하라"며 "현지 경찰의 공지와 교통통제 안내를 잘 듣고 여행일정 등을 계획하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지는 주한중국대사관이 지난 1월 초순 SNS 공식계정과 홈페이지 등에 올렸던 ‘정치집회 참여 자제’ 공지와 비슷해 보이지만 몇 가지 대목이 다르다. 특히 "탄핵선고일과 그 이후 한동안"과 "극단적 상황 발생 가능성"이라는 표현은 우리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난 1월 초순 주한중국대사관이 ‘한국 현지 정치집회 참여자제령’을 내리게 된 배경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있었던 남태령 트랙터 시위가 결정적이었다. 한 20대 여성이 연단에 올라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밝히는 영상이 확산한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령 선포·해제 이후 한동안 여의도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촉구 시위 때에도 중국인의 집회 참여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당시 아이돌 공연에 쓰는 발광 응원봉을 든 사람들 가운데 중국인이 적지 않았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집회 때도 중국인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부 중국인은 탄핵찬성 집회에 참가한 영상을 찍어 틱톡 등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탄핵 찬반 시위대가 대립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인근에서도 중국인이 적잖게 발견됐다. 남태령 트랙터 시위를 제외하고 모두 주한중국대사관이 "정치집회 참여를 자제하라"는 공지를 낸 이후 일어난 일이다.
이런 가운데 주한중국대사관이 또 공지를 내면서 ‘극단적 상황’ 운운하자 우파 진영에서는 긴장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각하가 될 경우 중국인들이 헌재 주변에 대기하던 민노총 등과 함께 탄핵반대 진영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 1기 말인 2020년 5월 미국을 휩쓸었던 BLM(Black Lives Matter) 폭동,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서울 광화문 일대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박근혜 퇴진 집회 때 중국 공산당과 중국인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 때도 유사한 사건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