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한국은행의 5월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한 가운데 하반기인 3분기(7~9월)로 지연될 가능성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에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오르면서 앞으로 1~2개월은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확인할 필요성이 생긴 데다, 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 속에서도 원화가 나 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최근 바클리스는 "한은의 5월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나 지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불확실성,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 여부 등 대내외 변수가 많아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을 5월로 확신하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취지다.

BNP파리바도 "한은의 3분기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영향, 국내 정치 불확실성, 가계부채 문제 등이 지연 가능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한 이후 올해 2월 추가로 금리를 낮추면서 현재 연 2.75% 수준의 기준금리를 운영 중이다.

시장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원인은 가계부채 문제 악화 조짐이다. 한은에 따르면 앞으로 1년 뒤 집값 상승 기대 심리를 보여주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이달 전월 대비 6포인트(p) 오른 105로 집계됐다. 주택가격전망 CSI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주범인 토허제 해제가 번복됐음에도, 금통위로서는 금리 인하에 앞서 월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다시 확대되지 않을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일 5월 말까지 가계부채를 둘러싼 우려가 식지 않으면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힘들 수 있다.

원화 약세도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특히 원화는 최근 강세로 전환한 주요국 통화와 달리 ‘나 홀로 약세’ 현상을 보여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높인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DXY)는 전날 104 수준으로 1월 말(108.4)보다 약 4% 하락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1월 말 1452.7원에서 전날 1467.7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원화 약세 요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이 기각된 이후에도 경제 콘트롤 타워 격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을 둘러싼 해외의 경계심이 감지된다.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49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신용 불안과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등이 원화 약세 부담을 높이고 있다"면서 이번 주 환율 예상 범위로 1430~1490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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